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화해의 시기/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화해의 시기/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2.03.25 00:00
0 0

3·24 총선거가 끝났다. 정치가 스포츠는 아니나 승·패자가 심판자인 국민의 판정에 승복하는 것이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다. 서로가 총력대결이 남긴 앙금을 씻고 정상회복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역대선거마다 크고 작으 후유증이 뒤따랐다. 4·19혁명을 몰아쳐온 60년 3·15부정선거(대통령선거)를 제외하고는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을만한 대사건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 3·24총선근 현재로서는 우리가 그 영향을 평가할 수 없는 대이변을 보여준 것이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통일국민당 창당과 1노 3김으로 상징되는 민자·민주의 기존 정치구도에 대한 「대안」의 제시다. 정 전 명예회장의 정치적 파급영향은 이미 크다.그러나 지각변동과 같은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곳은 정·경과 경·경의 기존관계다. 현대그룹은 정부에 대해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한때 직·간접금융을 규제하려 햇던 「보이지 않은 외압」에의 도전,청와대를 상대로한 「미불된 공사비」의 청구,정 전 명예회장 일가에 대한 가지급금의 회수방안에 대한 재무부측과의 이견 등등은 현대그룹의 「홀로서기」 자세로 보여진다. 우리나라 경제개발은 관 주도의 관·민 경제협력 체제로 추진돼왔는데 최근 몇년사이에 민의 규모의 팽창과 질적인 향상으로 민의 상대적 위상이 두드러지게 개선돼온 추세. 현대그룹의 이번 일련의 정부에 대한 도전적인 자세가 이러한 추세를 가속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대그룹의 「정치에의 참여」는 정부와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재계에도 경계와 우려를 낳고 있다.

우리나라 재계는 정치·경제적 여건으로보아 정도의 차이는 있는 정치와의 유착이 불가피한 것이고 또한 그룹간 또는 업체간에 경쟁과 담합으로 「경쟁속에 공존」을 해온것이 관행이다.

정 전 명예회장의 정치참여에 대해 재계는 복잡한 입장을 보여왔던 것. 재계는 복잡한 입장을 보여왔던 것. 정 전 회장이 정치적 도전에 성공하는 경우 관에 대한 재계의 입장이 크게 신장,관의 통제력에서 상당한 독립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 역으로 실패하는 경우 관의 대민우위가 공고해지리라는 우려다. 그러나 상위 10대 재별그룹들의 반응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현대그룹과의 경합관계에서 정 전 회장의 정치참여를 보는 것이다.

정 전 회장의 정치세력화가 현대그룹에 가져올 수 있는 불공정한 이익이나 기회를 크게 두려워한다. 또한 현대그룹이나 정 전 회장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그룹이나 그룹총수들은 받을지도 모를 상대적인 불이익이나 음해를 우려한다. 재계는 정 전 회장의 정치참여로 「친정」,「반정」 또는 중립 등으로 4분5열된 상태다.

우리나라 재계는 본질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상호이해 관계가 다르고 서로 다른 정치적인 연결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정치가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듯 재계도 마찬가지다. 『재계가치 기준은 그들의 이익이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의 입장은 오늘과 내일이 다르고 또한 「적과 동지」 도시와 때에 따라 달라진다. 정 전 회장의 독자적인 신당창설은 기존 정치세력,특히 노태우대통령의 여권 정치세력에 대한 도전이다. 선거기간중 득표효과를 노려 의식적으로 감정적인 도발을 하기도 했다.

방임해두겠는가. 외압의 작업이 있었던 어떻건 무협,전경련,상의,기협,경총 등 민간경제 5단체는 정 전 회장에 대해 정·경분리를 요구하는 광고를 도하 각 신문에 게재했다. 또한 뭣보다 일반의 관심을 끄는 것은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의 『기업인의 정치참여는 불행한 일이다』는 정 전 회장의 정계진출에 대한 간접비판과 이에대한 정 전 회장의 반박 또한 이에 뒤이은 현대·대우그룹의 광고전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대표적 대그룹들이 정치에 힘을 낭비할 위치에 있지않다. 정부·정당·재계가 정·경사이에 새로운 관계의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여기에 정 전 회장의 역할이 극히 중요하다. 우선 화해가 필요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