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자들 뭘했나” 인책론까지/민주,전국구 「뒷번호후보」 환호/국민,안정권 20명 넘어서자 새벽 축제▷민자당◁
「3·24총선거」 개표결과가 사실상의 여소야대로 드러나자 집권 민자당은 한마디로 말문을 열지 못하는 침통한 분위기.
상황실의 당직자들은 초반 강세가 반전되기 시작한 25일 0시께부터 초조한 빛을 보이기 시작,새벽 3시가 넘어서고부터는 차라리 아연실색하는 모습들.
김윤환 사무총장은 아예 상황실을 떠나버렸고 대부분 당직자들도 기자들의 질문에 함구로 일관.
특히 경기지역 31석중 13석을 내주는등 수도권지역 개표결과가 참패로 드러나자 도무지 설명이 안된다는 표정들.
또한 여권의 아성인 경북지역서 무소속·국민당의 각개 약진을 허용,무참히 침식당하자 『권력의 기반이 흔들리게 됐다』는 탄식이 저절로 새어나올 정도.
게다가 대전·충남지역의 참패를 위시한 곳곳의 저조한 개표결과는 이내 수뇌부의 인책론까지 불러일으키기도.
당사 주변에서는 『13대 여소야대보다 더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도대체 어제까지 압승을 예상했던 당직자들은 그동안 뭘했단 말이냐』고 아우성.
특히 상황실에서 나란히 앉아 개표상황을 지켜보던 세 최고위원의 표정도 초반과는 달리 점차 우려의 기색이 엿보였는데 김영삼 대표는 자신의 측근인사인 이원종 후보(강서갑)가 계속 2위를 달리자 혀를 차며 안타까워 하는 모습.
또 김종필 최고위원도 대전 충남권에서 패색이 돋보이자 크게 난감해하며 가장 먼저 자리를 떠 불편한 심기를 노출.
이에 따라 상황실 분위기도 자정을 넘기면서 반전,박수소리와 함께 웅성거리기 보다는 한동안 침묵이 계속되는등 냉기.
▷민주당◁
김대중·이기택 두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주요당직자들은 이날 밤 마포중앙당사 5층의 상황실에 모여들어 개표추이를 추적. 민주당은 초반개표결과 기대주들이 의외로 당선권에서 밀리고 호남지역에서도 민자당에 선두를 빼앗기는 양상에 침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
그러나 점차 개표전반의 부진을 씻고 서울과 경기지역 등에서 잇단 선전이 기록되자 개헌저지선 확보의 가능성을 점쳐보는등 초반의 침울했던 분위기가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
민주당은 지역구 예상의석이 76∼79석에 이르자 최소 80석목표에 미달했다는 점에서 아쉬워하면서도 무소속 후보들과 국민당 후보들의 선전으로 민자당이 타격을 입는 것을 지켜보며 자기집잔치인듯 반기는 모습.
특히 77석만 확보해도 전국구 22석이 확보된다는 의외의 소득을 두고 전국구 21번 박지원,22번 이장희 후보 등은 얼굴에 은은한 웃음을 띠기도.
한편 원혜영(부천을),유인태(도봉갑) 박계동(강서갑) 김민석(영등포을) 신계윤(성북을) 김희완 후보(송파갑) 등 젊은 개혁인사들의 두드러진 선전과 관련,『민주당이 조만간 본격적인 개혁정당으로 탈바꿈할 것』이란 전망도 대두.
김대표는 이날 밤 11시가 넘어 당사에 나와 상황실요원들을 격려하는 한편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 분위기를 고무하기에 안간힘. 김대표는 호남에서의 철옹성이 깨져나가는 듯한 개표상황에 피곤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서울·경기지역에서의 선전을 끝까지 지켜보자』고 애써 위로.
이대표는 이날밤 9시께 당사로 나와 상황실에서 30여분간 TV를 지켜보다 3층 대표실로 내려가 측근들과 함께 TV를 지켜보며 『잘 안되겠다』고 심경의 일단을 노출. 이대표는 공천서 탈락,무소속으로 나간 후보들이 2,3위지만 선전을 보일때마다 『저것봐라. 저럴줄 알았다』면서도 「믿었던」 김정길·노무현 의원등이 밀려나는데 대해서는 『저럴수가 있나』라며 어이없는 표정.
민주당 상황실은 18명의 기록요원이 A·B조로 나뉘어 교대로 7대의 TV와 2대의 문자방송 수신모니터를 지켜보며 전국 14개권역별로 시간대별 개표집계결과를 기록했으며 3대의 퍼스널컴퓨터로 이를 입력해 수시로 권역별·전국득표율 등을 뽑아내는등 진일보한 모습.
25일 새벽 2시가 넘어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당선안정권에 든 후보들이 떠오르면서 분위기는 다소 진정되는 듯했고 상황판에 드문드문 당선을 알리는 인조장미가 꽃피기 시작. 상황실은 당선자를 위한 1백50송이의 장미꽃을 「충분히」 준비.
국민당은 초반에는 대부분지역에서 열세를 보이자 한때 침울한 분위기였으나 자정을 지나면서 원내교섭단체 구성 수준의 의석확보전망이 밝아짐에 따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희색.
▷국민당◁
국민당은 25일 새벽 2시를 넘어서면서 당선안정권의 후보가 20명을 훨씬 넘게되자 환호성과 함께 서로 악수를 나누며 축하하는등 축제분위기.
이날 새벽 2시30분께 제천·단양의 송광호 후보를 시작으로 당선자들이 잇달아 나오자 당원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웃는 모습이었으며 박빙의 경합을 벌이던 원주의 원광호 후보가 역전을 하자 당사가 떠나갈듯한 함성과 박수.
이처럼 국민당 후보들의 당선자가 늘어나자 평동 당사에는 지지자들로부터 축하전화가 잇달았고 직접 찾아와 함께 기뻐하는 사람도 다수.
전날 하오 9시께 초반의 저조한 성적만을 지켜보다 귀가했던 정주영 대표는 청운동 자택에서 TV를 지켜보다 잠시 눈을 붙인뒤 25일 상오 6시께 나와 축하인사를 받았으나 본인은 기대에 미흡하다는듯 다소 불만스런 표정.
한편 강남갑의 김동길 후보는 새벽 3시반께 당사로 나와 축하인사와 함께 관계자들을 격려.
이날 국민당사에는 내외신기자등 보도진 수십명이 몰려 이번 총선의 「이변」을 취재하는데 열중.
조윤형 본부장은 일부 지역구에서 부정시비로 개표가 늦어지자 현지에 전화를 걸어 대응책을 지시하는등 선거백전노장으로서의 경륜을 과시.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상황실 옆방에 마편된 분석실에서는 20여명의 전문요원들이 중간집계를 토대로 예상결과를 분석,당수뇌부에 즉각 보고하는등 기민한 움직임.
또 상황실 한가운데 설치된 비디오프로젝터로는 국민당이 자체개발한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국민당후보가 유력한 지역의 개표상황이 대형화면에 비춰져 「현대」의 조직과 자금력을 반영.
한편 국민당은 이날 선관위 및 방송사와는 별도로 전국의 당원을 동원,개표소에서 직접 후보별 득표수를 보고받아 독자적인 집계를 했는데 이를 위해 지난 1주일간 현대의 협조아래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관계자들의 전언.
▷선관위◁
중앙선관위는 이날 하오 7시께부터 각 지역구에서 개표가 시작되자 14개 시·도선관위에서 올라오는 개표상황을 종합정리 하느라 눈코 뜰새없이 분주한 모습.
선관위의 상황실은 이날 밤 개표상황을 각 시·도선관위로부터 하오 8시부터 짝수시간대로 보고를 받아 전국 2백37개지역구 1천47명의 후보들의 이름과 사진이 부착된 상황판에 득표수를 기재하는 한편 개표도중 일어난 사건·사고를 접수하고 그 대책을 지시하느라 마치 야전사령부.
선관위측은 특히 이지문 중위의 양심선언으로 물의가 예상됐던 부재자투표의 개표가 전국 각지에서 야당측의 항의로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부재자투표함 개표를 뒤로 미루고 일반투표함부터 개표하라고 지시하는등 비상.
게다가 후보들이 백중한 지역구의 개표소는 양측 참관인들이 부재자 투표함은 물론 사전에 정당측에 통보됐던 투표함 안팎뚜껑의 봉쇄·봉함까지 문제삼아 시비를 벌이는 바람에 25일 새벽까지 개표가 지연되는 사례도.
이에 따라 가뜩이나 투표율이 저조한데다 투·개표집계작업마저 늦어져 후보자를 비롯,정당관계자들과 선관위 직원들은 밤새 조바심.
이에 앞서 선관위는 전국 곳곳에서 비가 내림에 따라 전국 3백58개 특수도서지역과 40여개 산간오지에 배치됐던 투표함 회송과정의 사고를 우려했으나 해군함정 행정 지도선 등의 도움으로 무사히 완료되자 안도.<총선특별취재반>총선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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