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본거지 표몰이에 다시 꿈틀/예년같진 않지만 여전한 변수로이번 선거에서도 13대서와 마찬가지로 각 정당이 지역을 할거하는 「지역바람」이 불 것인가. 선거가 막판으로 치달을수록 이 부분에 대해 비상한 관심이 또다시 쏠리고 있다.
여야가 이번 선거를 맞아 뿌리깊은 지역주의의 틀을 무슨 수로라도 깨뜨려야 한다는 당위성을 그 어느때보다 강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를 위해 민자당은 호남지역의 교두보확보에 심혈을 기울였고 민주당역시 야권통합을 기치로 「지역당」 탈피를 위한 안간힘을 써왔다. 그 결과 노골적인 지역감정이 선거운동 자체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진 않았다는게 대체적인 견해이다. 민자당의 「호남유세」가 이상하리만큼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고 민주당은 광주유세를 스스로 취소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과연 본질적인 문제해결을 가능케 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다양한 견해가 있다. 선거일이 임박해지면서 잠재돼있던 지역바람이 조금씩 되살아나는 조짐이 엿보이고 각 후보들이 이같은 분위기를 득표에 활용하려 하고있다.
물론 이같은 분위기가 13대 선거과정에서 쉽사리 목격되던 첨예한 지역 대치상황과는 거리가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김영삼 민자당 대표는 부산·경남의 「YS불씨」를 이미 지펴놓았고 김대중 민주당 대표도 호남순방을 통해 이 지역 전황을 단순화시켜 버렸다는 지적이 많다. 그런가 하면 김종필 민자당 최고위원은 중부권 역할론을 펴며 충남의 JP바람을 부채질하고 있고 정주영 국민당 대표도 강원도와 울산지역을 최후의 승부처로 설정하고 있다.
○…영·호남 표밭의 종반상황은 이같은 전망을 구체적으로 뒷받침 해주는 대목.
민자당은 지난 12∼17일 김영삼대표의 부산·경남 지원유세로 승부의 명암이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5만여명을 상회하는 인파가 운집하고 『김영삼대통령』이란 연호가 거리낌 없이 튀어나오는 등 YS바람의 효능이 이 지역에서 유감없이 확인됐다는 것.
지역구별로 살펴보면 부산 16개 지역중 「특수지역」인 사하를 제외하고 15개 지역 대부분이 안정권에 진입했다는게 민자당의 분석이다. 결국 김광일(중·국민) 노무현(동·민주) 김정길의원(영도· 〃 ) 등의 당락여부가 이 지역의 풍향을 검증하는 잣대가 될것 같다.
경남의 23개 선거구중 민자당은 우세 15 경합5,열세 3의 자체분석 결과를 내놓고 있는데 울산시 중·남,울산군,진주,거창,합천 등 6개 지역의 향배가 역시 주목거리다. 다만 국민당은 울산 4곳을 모두 휩쓸겠다는 자신감을 거듭 피력중. 19일의 울산남 정당연설회에 10만 청중이 몰린 사실은 민자당의 「울산고민」을 여실히 반영하는 대목.
○…민주당의 「호남석권」 재현여부 역시 관심사중 하나이다. 김대중대표는 20일로 예정됐던 광주집회를 자발적으로 취소,호남순방을 마감한 상태인데 가는곳마다 「지방색배제」를 소리높였다는 후문.
이는 결국 지역바람의 물리적 발생을 원치않는 여론을 읽었기 때문이며 지나친 바람몰이에 의한 타지역의 거부반응 등을 감안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민주당은 광주 전·남북 39개 지역 모두를 일단 안정권으로 보면서도 전남 광양과 전북의 군산,남원,「무·진·장」,익산 등 4곳만은 경합지역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그러나 시민후보로 추대된 이문옥 전 감사관의 무소속출마(광주동)로 바짝 긴장했던 신기하의원이 김 대표의 호남순방후 서서히 미소를 머금게 됐다는 한 민주당 관계자의 표현은 이 지역에 잠재돼 있는 「DJ바람」의 실체를 십분 짐작케 한다. 김윤환 민자당 총장의 『호남에서 단 1석도 얻지 못할 것 같다』는 말이 단순한 엄살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북의 익산과 「무·진·장」 등에서 실낱같은 기대를 걸곤 있으나 역시 장담은 못한다는 눈치.
물론 DJ에 대한 이 지역의 지지도가 예전같진 않다해도 결국 보이지 않는 지역바람은 호남지역 곳곳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충청 및 강원지역의 바람몰이는 선거 막바지까지 여의치 못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는 JP와 정 국민대표의 장악력이 영·호남의 그것과 비견될 수 없고 공천 등에서의 인물난이 득표전략과 바람몰이에 차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풀이다.
그러나 충청바람이 13대서와 같이 뒤늦게라도 불어줄지,또 강원바람이 정 대표의 「헬기바람」에 실려 새변수로 드러날지는 좀더 두고볼 일이다.
이번의 경우 영·호남 바람이 시종 잠재된 형태를 띠고 있어 충청과 강원의 지역바람이 상대적으로 반사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는 있다. 그러나 지역주의 정서가 표면상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13대의 재판을 우려하는 여론에 눌려있는 측면도 커 잠재된 양상이 표출될 경우 선거결과는 속단키 어렵다.<정진석기자>정진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