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자도 유권자… 공약들을 권리있다”14대총선열기가 달아올라 유세장마다 선량후보들이 사자후를 토하지만 전국 24만7천여명의 농아자들에게는 그 외침들이 한장의 팸플릿보다 못하다.
한국청각장애인복지회소속 수화통역사 황준호씨(29·사진)는 듣지못하는 이들의 정치소외감을 씻어주기위해 우리나라 정치유세사상 처음으로 후보들의 열변을 수화로 통역했다.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갑 합동연설회에서 야당후보연설을 수화통역했던 황씨는 『엄연한 유권자인 농아자들도 후보 연설을 들을 권리가 있고,후보 역시 자신의 공약을 이들에게 알려줄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다.
황씨의 수화통역에 대해 후보들은 유세시작전 『특정후보만 수화통역하는 것은 선거법위반』이라고 선관위에 거칠게 항의했고,한술 더떠 어떤 후보가 『상대후보가 데려온 통역자가 거짓통역할 가능성도 있다』고 떠들땐 참을 수 없는 모욕감까지 느꼈다.
다행히 선관위의 유권해석으로 등단,30분간 능숙한 수화로 후보의 표정,제스처까지 흉내내며 무사히 통역을 끝마쳤지만 황씨는 우울하기만 했다.
8명의 후보가 내건 「공약」의 홍수속에 장애자들을 위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1천여명의 청중중 자신의 수화를 보고 후보를 선택했을 농아자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믿고 스스로 위로하고 있다.
정보에 목말라하는 농아자의 호기심은 유세장을 찾는 일반인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황씨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알고있다.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재학중이던 86년 청음회관에서 수화를 배운 황씨는 농아자교육프로그램인 「무지개교실」교사로 일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내달 중순 서울에서 열리는 「92서울,아시아,태평양농아인대회」 준비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황씨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선거유세에는 반드시 수화통역이 관례화되어있다』며 『복지사회구현은 장애인들의 불편을 덜어주는 조그만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이태희기자>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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