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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키메라」딸 납치혐의 8명재판 언론“촉각”(특파원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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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키메라」딸 납치혐의 8명재판 언론“촉각”(특파원리포트)

입력
1992.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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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부터 중죄재판소서 시작/피고들 “관광하러 갔을뿐” 결백주장 2명은 타사건연루 출정못하기도【파리=김영환특파원】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떨치고 있던 한국출신의 여가수 키메라와 레바논계 거부 나카시안 사이에서 출생한 딸 멜로디 나카시안양을 87년 스페인에서 납치한뒤 프랑스에서 체포된 8명에 대한 재판이 프랑스 매스컴의 뜨거운 관심속에 17일부터 마른 라 발레의 중죄재판소에서 시작됐다.

스페인에서 같은 혐의로 체포됐던 프랑스인 4명은 지난 1월 이미 오댄시아에서 징역 4∼21년을 선고 받았다.

87년 11월9일. 레이몽 나카시안과 한국출신의 록 오페라 가수인 그의 부인 키메라는 당시 5세이던 딸 멜로디양을 데리고 아들 조셉 나카시안이 운전하는 BMW차로 등교길에 나섰다. 그때 소형트럭이 나카시안의 차를 들이받았다. 이어 뒤따르던 르노V차에서 내린 무장복면 괴한들이 멜로디양을 납치했다.

유괴범들은 다음날 1천3백만달러를 요구하는 편지를 나카시안에게 보냈다. 키메라 부부는 곧 스페인 텔레비전에 나가 호소했다. 6백명의 경찰이 은밀히 투입됐다. 몸값은 유괴범 대변인과의 전화통화끝에 2백만달러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사건 10일뒤 유괴범들이 전혀 예상못한데서 사건의 단서가 잡혔다. 경찰은 범행에 쓴 르노V차를 찾아냈고 일당의 한명인 카메리니는 지갑을 잃어버렸다. 그의 지갑에는 5백프랑짜리 1장과 협박장의 초고가 들어있었다.

수사관들은 범인들이 한달전에 빌린 아파트를 찾아냈다. 멜로디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11월20일 전격작전을 벌여 멜로디를 석방시켰다. 범인들은 멜로디를 팔에 안은채 그녀를 방패로 삼아 저항했으나 그중 1명은 경찰의 총격으로 부상했다. 결국 3명이 체포됐다.

프랑스 경찰은 범행의 모의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되는 클로드 피에토까지 추적했으나 그는 89년 3월 석방됐다. 그는 스페인경찰의 제보로 재수사를 받던중 90년 재석방됐다.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피에토는 장 루이 카메리니와 함께 억만장자인 나카시안을 노린 혐의를 받고있다.

경찰수사 결과 이들의 범행은 치밀한 계획끝에 이루어졌음이 드러났다. 범인 가운데 나딘 에티엔느와 장 피레르 상툴 부부는 나카시안이 사는 동네의 집을 빌리고 딸 멜라니를 멜로디가 다니는 학교에 넣었다. 자연히 두 어린이는 친해졌다. 멜로디는 두차례나 멜라니 집을 방문했으며 어머니들끼리도 서로 알게됐다. 멜라니도 멜로디양의 파티에 초대됐다. 그뒤 카메리니는 어릿광대로 분해 공연을 한다는 핑계로 나카시안의 땅을 빌렸다. 그의 「공연」은 범행장소를 물색하기 위함이었다.

멜라니의 아버지는 멜로디양이 학교와 집을 오가는 시간을 정확히 기록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이들은 일당을 충원하고 코스타 델 솔에 아파트 세채를 임대하고 르노V를 빌렸으며 몸값으로 받을 돈의 운반을 위해 프랑스 낭트에서 요트를 마련해 지부롤터해협과 스페인해안을 오가게 했다. 도피할 지점으로는 셍 마르텡섬을 택했다. 이들은 준비가 끝나자 범행에 착수했다.

프랑스쪽의 혐의자들은 스페인에 관광차 갔다고 결백을 주장하지만 증거는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증언을 기피하고 심지어는 스페인경찰도 법원의 소환에 응하지 않고있다. 특히 상툴이 감방에서 털어놓은 비밀을 수사관에게 전한 사람은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27일까지 공판을 계속한다. 그런데 피고 2명은 다른 사건에 연루돼 출정할수 없게돼 있어 언론에 의해 법의 맹점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멜로디양은 11일만에 가족의 품에 안겼지만 돌이키지 못할 상처를 입었다. 17일 프랑스 텔레비전에 등장한 나카시안는 멜로디의 사진을 안고 있었다. 그는 가족들이 아직도 당시의 충격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으며 부인은 이후 노래를 중단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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