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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선거 최종책임은 유권자에/장명수 편집국 국차장/14대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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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선거 최종책임은 유권자에/장명수 편집국 국차장/14대 길목에서

입력
1992.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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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좋아진 선거분위기… 바른 투표로 완결을투표일이 하루 남았는데 아직 누구를 찍을지 마음을 못정했다는 사람들이 많다. 각 후보들은 이 떠도는 마음들을 잡기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고,마지막 순간에 흑색선전과 금품공세가 집중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전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공선협(공명선거실천 시민운동협의회)도 비상사태에 들어갔다. 전국 50개 지구에 개설한 고발창구와 1만여명의 자원봉사 감시꾼들이 곳곳에서 후보들의 마지막 활동을 지켜보고 있다.

이번 선거전에서 가장 잘 싸운 것은 공선협이다. 지난 1월 전국의 사회·종교·여성·노동·농민단체들이 모여 출범시킨 공선협은 정부수립후 민간단체들이 공명선거를 위해 자발적으로 연대한 첫 기구인데,자금부족 등의 악조건속에서도 유권자들과 함께 열심히들 뛰었다. 전반적으로 표밭은 냉담했으나 그들의 운동은 열렬했다. 공선협을 탄생시킨 산파중의 한사람인 손봉호 집행위원장(서울대 교수)은 이렇게 말했다.

『공선협은 처음에 56개 단체가 모여 시작했는데,매일 전국에서 3∼4건씩 참가신청이 들어와 2백50여 단체로 늘어났습니다.

그만큼 공명선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뜨거웠다는 증거입니다. 2백50여 단체들은 종교나 성향이 각기 다른데도 일을 협의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고 전적으로 합심하여 운동을 밀고 나갔습니다. 이처럼 국민의 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에 이번 선거분위기는 과거와 크게 달랐습니다. 작년 광역의회 선거때보다도 훨씬 좋아졌다는게 공통된 의견입니다. 여전히 불법·탈법이 많았지만 노골적으로 금품살포 같은 것을 하던 분위기는 사라졌다고 봅니다. 공선협이 쓴 총비용이 1억원 남짓한데 우리 운동으로 절약된 선거자금은 아마 2백∼3백억원이 넘을 겁니다』

경실련 기획실장으로 공선협 사무처 차장직을 맡고 있는 장신규씨도 같은 의견이다.

『부정선거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유권자들 사이에 뚜렷하게 형성돼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전국에서 5백여건의 부정사례 고발이 있었고,포항제철 사원들이 포항과 서울의 공선협에 찾아와서 포철의 민자후보 지원체제를 두차례나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부정사례 고발은 사전선거운동·불법선전물·향응제공 등이 대부분인데 우리가 뚜렷한 증거를 수집하여 검찰에 고발한 것은 민자당 14건,국민당 1건입니다.

포항제철은 『고발자들이 무소속 허화평후보의 운동원들이고 폭로내용도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으나,우리 조사단이 현지에 가서 알아보니 고발자들은 허씨측 운동원이 아니었습니다. 계속 증거가 수집되는대로 고발여부를 결정할 것입니다. 선거부정을 고발할 수 있는 믿을만한 민간기구가 있다는 점이 유권자들에게는 큰 힘이 되고,후보들에겐 심리적 부담을 주어 탈법을 많이 막았다고 생각합니다』

공선협을 위해 자원봉사자로 뛰고 있는 1만명은 대부분 대학생들이고 주부들도 꽤 많다.

손 교수는 『대학가에서 과격한 운동권이 잠잠해 지면서 공명선거실천 등의 운동에 관심을 갖는 바람직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공선협은 이번에 공명선거운동을 펴면서 선거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에 선거가 끝나는대로 선거법 개정운동을 대대적으로 펴나갈 계획이다. 국회의원들에게만 선거법 개정을 맡겨서는 안되겠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났으므로 교수·변호사 등으로 개정위원회를 만들고 시민운동차원에서 개정안을 밀고 나가겠다고 한다. 14대 국회의 첫 사업으로 선거법·정당법·정치자금법을 개정하도록 압력을 가하겠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의 의식이 크게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정당지도자들은 앞장서서 지역감정을 부추겼고,관권개입도 여전했습니다. 지역마다 우선 삽질이나 하고 보자는 주민숙원사업 기공식이 벌어지고,통·반장들이 무더기로 사표를 낸뒤 특정후보 운동을 해주다가 다시 무더기로 복직하는 사태를 더이상 방관해서는 안됩니다. 인천에서는 시장이 민자당 연설회때 단상에 버젓이 앉아있어 말썽이 됐는데,이런 식의 크고 작은 관권개입에 유권자들이 무심해서는 안됩니다』

공명선거 실천운동이 시민운동으로 뿌리내렸다는 것은 이번 선거에서 거둔 큰 성과이다. 그러나 공명선거를 완결하는 것은 이제 유권자들의 몫이다. 막상 투표함을 열었을때 『이런 결과를 얻기 위해 그 난리를 쳤단 말인가』라는 한탄이 나와서는 안된다. 『역시 선거는 해볼만 하다. 유권자는 위대하다』라는 감탄이 나와야 한다. 누구를 찍을 것인가. 어떤 정당에 표를 줄 것인가. 오늘 진지하게 생각하고,내일 반드시 정치를 심판하기 위해 투표장에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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