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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공작」/원일희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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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공작」/원일희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2.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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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간신문 최종 마감시간이 임박한 21일 상오 1시30분께 기자실에 황급한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흑백선전 유인물을 살포하던 안기부직원 4명을 잡았다는 강남을구 출마자 홍사덕후보(민주당)의 전화였다.상대방 후보의 비리고발·고소나 흑색선전에 번번이 속아온 기자들이었지만 「안기부」라는 말에는 잔뜩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현장에 도착한 기자들은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들던 「정치공작」을 확인하고 아연실색했다.

그들이 아파트단지에 뿌리던 유인물은 정치공작용이라기 보다 3류소설에 더 가까웠다.

「여비서를 건드려 애를 낳았다」 「첩이 6명,사생아만 3명이다」는 등 원색적이고 저속한 내용의 유인물은 13대 총선때 나돌았던 바로 그 내용이었고 선거일 3일을 앞두고 뿌려졌다는 점까지 너무도 똑같았다.

야당의 반응도 충분히 예상했던 대로였다. 『안기부가 강남에서 만큼은 여당을 꼭 당선시키겠다는 약속을 한 사실을 TK핵심에게서 들었다』 『한건 크게 했으니 야당 당선은 따놓았다』는 분노와 승리감이 동시에 표출됐다.

안기부가 『이들이 안기부직원인 것은 사실이나 흑색선전 자체는 안기부와 무관하다』고 밝힌 것도 예상대로였다.

이같은 야당의 흥분과 안기부의 치졸함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은 착잡하다못해 서글프다는 것을 당사자들은 전혀 모르는 것같다.

안기부 직원들은 안기부에 근무한다는 이유만으로 눈을 부라리며 경찰의 신원조사에도 응하지 않은채 검찰로 이송됐다.

그들 말대로 안기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헌법기관이다.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안기부가 오히려 국회의원을 뽑는 국민들의 바른 권리행사를 방해하려 했던 과오에 대해 누군가 분명한 책임을 져야한다.

듣기만해도 신물이 나는 저질 흑색선전으로 국민들을 속일 수 있다고 믿는 「국민 모독죄」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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