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그 길이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언제부터 도박이 생겼는지는 확실한 기록은 없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인간에게 다툼이나 호승심,일확천금의 꿈이 있는 곳엔 도박이 약방의 감초처럼 따라다녔음이 틀림없을 것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이런 의미에서 전쟁도 하나의 큰 도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도박에 관한 가장 오래되고 확실한 증거물로 전해지고 있는 것이 주사위이다. 쥴리어스 시저가 로마에 들어가 정권을 잡기위해 루비콘강을 건너며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한것도 이를 도박의 한 의미로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주사위는 기원전 3200년께에 이미 이집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반만년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것이 메소포타미아 지중해연안과 그리스·로마로 전해졌다. 주사위의 숫자 배열도 지금과 똑같았다. 서로 등지고 있는 두면의 숫자를 합하면 7이 됐다.
인더스문화에도 주사위가 등장한다. 기원전 3000∼2500년께로 짐작되는데 숫자의 배열이 지금과 달랐다.
1의 반대편엔 2,3의 반대편엔 4,5의 반대편엔 6이 자리잡았다.
중국에선 수·당나라(6∼10C)때에 확실한 모습을 더듬을 수 있으나 그 이전의 존재여부는 불확실하다. 있었을 것이란 추측만이 가능한데,우리나라와 일본은 중국을 통해 전해졌다. 이것이 도박의 도구로 이용된 것은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더 성행됐다.
주사위는 등장한 순간부터 원시적인 도박도구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대부분의 도박이 점을 치는 한 방법으로 시작된 것처럼 주사위도 신의 뜻을 점치는 도구로 이용됐다. 그러는 동안 많은 사람을 웃기고 울리는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도박의 숨결을 오늘에 전해왔고,오늘에 존재하는 수많은 도박의 원조로 군림하고 있다.
넓은 의미의 도박중에서 선거도 그 대표적인 꽃의 하나라고 일컫는다. 규모도 크고 연출되는 드라마도 다양하기만 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그 전형적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서고 있다. 이번 선거는 21세기를 앞두고 나라를 이끌 지도자들을 뽑는데다 국민당이란 새로운 「꾼」이 등장한 사실에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민당 바람」이란 변수에 따라 주사위가 어느쪽으로 굴러 머물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선거판이 재미있어졌다는 평이다.
주사위가 안정쪽으로 굴러나가며 여당은 안도의 숨을 내쉬겠지만 반대로 견제쪽으로 넘어가면 3당이 합당한 여당은 책임문제로 한바탕 시끄러울 것이다. 또 주사위가 「바람」에 휩쓸려 버리면 대권에 오래 도전해온 여·야당의 두 김씨가 벙어리 냉가슴 앓듯해야 할 판이다. 주사위가 거센 바람에도 요지부동일 때는 「재벌당」과 그 관계기업의 지위가 흔들릴 것은 뻔한 일이다. 바람타고 구르는 주사위가 어디의 어느 숫자에 멈추냐에 따라 연출될 드라마가 다르고 처절한 맛을 띨것이 확실한 이번 선거이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선거판을 앞에두고 국민들은 진짜 커다란 「도박」을 해야할 입장에 처해있다. 우리가 어디에 「베팅」,즉 민의를 던지느냐에 따라 우리가 어떠한 21세기를 맞느냐가 결정된다. 양심을 팔고 사연 및 지역감정 등에 매달려 투표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한심하고 어려운 21세기를 맞아 싸움이나 일삼는 3류연극을 구경하는 관객으로 전락할 것이다.
금권·관권에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고 소신대로 민의를 「베팅」해 한번 멋진 드라마를 연출해보자. 주사위가 던져질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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