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막판이 어수선하다. 안기부직원 4명이 서울에서 야당후보를 비방하는 흑색선전물을 살포하다 잡힌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총선초기부터 입후보자들에 대한 사퇴압력·미행·강제출국 등의 기관공작설이 꼬리를 물었는데 이번일로 그런 소문이 모두 사실처럼 믿어지는 상황이 되었다. 검찰이 전원구속방침아래 즉각 수사에 나섰다니,철저한 진상규명으로 한점의 의혹도 남기지 말것을 간곡히 당부해 둔다.만약 총선막판의 악재를 서둘러 덮어버리자는 요량으로 적당한 축소수사를 의도한다면 오히려 의혹을 가중시켜 일이 더욱 번질수도 있을 것이다. 차라리 차제에 기관공작 의혹을 속시원히 파헤치고 문책,앞으로는 그런일이 일어날 수 없도록 쐐기를 박아두는게 정권의 도덕성 유지나 사건의 원만한 수습에 도움이 될것이다.
안기부라는 특수기관 직원의 선거개입이 중대사로 여겨지는 것은 그런 행위가 민주정치의 원칙을 근본적으로 짓밟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권재민의 민주국가에서 선거란 국민의 의사를 묻는 신성한 의식이자 절차인데,국가 안보를 위해서만 특수공작을 허용받은 기관의 직원들이 불법적인 공작의 손길을 선거에 마저 뻗치려해서는 말도 안되는 일인 것이다. 불행히도 3공이래 이 나라의 정치는 권위·독재정권 유지의 유력한 수단으로 기관공작을 공공연히 이용해왔었고,참 민주정치를 표방하는 6공에서도 그런 의혹의 잔재가 남아있었다.
기관의 정치공작이란 단순히 일반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임도 차제에 강조되어 마땅하다고 생각된다. 그 기관이 지닌 막강한 공작능력이 잘못쓰여질때의 폐해가 너무 엄청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수습도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사건수사로 끝나지않고 보다 근본적인 업무한계 설정과 광범한 책임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전말을 살펴보면 안기부 대공수사단 소속 직원 4명이 강남을 선거구에서 민주당후보를 비방하는 불법의 흑색유인물을 아파트 우편함에 투입하다 잡힌것이 골자이다. 하지만 검거된 대공요원들의 소지품에서 도청기·무전기·난수표와 함께 6공과 불편한 저명정치인사 명단과 조직관련 비밀메모 및 수표들마저 나왔다는 사실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때문에 직원개입의 단순선거법 위반사건인가,아니면 기관의 조직적 선거개입인가가 국민적 관심사가 되는 것이다. 때마침 안기부도 사건의 중대성에 비추어 즉각 발표문을 낸게 주목을 끈다. 범인들이 직원인 것은 사실이나 안기부와는 전혀 무관한 사건이라는 내용이라고 한다.
앞에 지적한 것처럼 이번 사건은 결코 예사사건이 아니다. 정부·여당 수뇌부와 검찰은 국민앞에 보다 성실·정직한 자세로 철두철미 진상을 규명,한점 의혹을 남기지 말기를 거듭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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