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가라앉자 자금묶여/삼호물산·논노·신한 대표적/대부분 은행돈 끌어 사재기/작년 건설업체는 2배 늘어세계 최강인 일본경제를 휘청거리게 하고있는 「버블(거품)형 기업부도」가 지난해부터 우리나라에도 상륙,올들어 본격화되고 있다.
버블형 부도란 실제가치보다 터무니없게 치솟았던 부동산값이 가라앉자 땅과 건물에 과도하게 투자,돈이 잠겨버린 기업들이 도산하는 것.
일본의 경우 동경일대를 뒤흔든 토지투기와 주가폭등세가 수그러들기 시작한 지난 90년초에 시작돼 지금 한창 진행중이다.
버블형 부도는 2년여에 걸쳐 끈질기게 일본경제를 강타,60년대 이래 최대의 호황을 보였던 「평성경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일본경제는 이 때문에 60년대 이후 처음으로 올들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고 주가도 87년수준으로 뒷걸음질치고 있다.
세계최강 경제를 휘청거리게하고 있는 버블형 부도는 1년반가량 지난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땅값상승을 노리고 비싼 값에 땅과 건물을 마구 들여 놓았으나 가격이 오히려 급락할 뿐더러 그나마 매물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자 자금이 돌지않아 결국 기업이 쓰러지게 된것.
신한종합연구소 신범수 책임연구원은 『최근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부도기업의 가장큰 특징은 80년대말에 땅을 많이 샀고 또 자기돈보다 은행빚 등 외부차입으로 재원을 조달한 점』이라며 『은행빚으로 키운 「거품」이 깨지자 갚을 돈은 없고 쓸모없어진 땅만 남은 꼴』이라고 풀이했다. 호황기에 황금덩어리로 보이던 거품은 불황기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버블형 부도의 대표격은 지난 18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삼호물산. 원양어업의 호황과 이에따른 수출증가 등으로 수산물 도매업체에서 일약 준재벌급으로 성장한 이 회사는 80년대말 부동산투기붐을 타고 호황으로 번 돈을 대거 토지매입에 나섰다. 양재동에 땅을 사 대규모 오피스텔 건립을 추진했고 제주도 중문단지에는 2만5천여평의 부지에 특급관광호텔을 지어 「부동산재벌」로의 대변신을 시도했다.
그러나 90년이후 계속되는 부동산경기 진정으로 지난해 10월 분양하기 시작한 양재동 오피스텔은 현재까지 70%가 미분양,거액이 잠겨버렸다.
올들어 부도를 낸 대표적인 상장기업인 논노와 신한인터내셔널도 부동산에 치인 케이스. 논노의 법정관리 신청당시 재무상황은 매출 3천억원,은행 등 외부차입금 2천7백억원,부동산 등 자산 4천억원이다. 매출과 같은 규모로 은행돈을 끌어다 땅을 사들였다가 당한 것이다. 신한도 은행돈으로 서울 서교동과 강남에 대형사옥을 짓고 전국에 1백여개의 직판점 건문들을 사들였다.
이들 의류업체는 수출과 내수판매 부진이라는 구조적 요인에 과도한 부동산투자가 겹쳐 부도를 맞은 것이다.
가장 전형적인 버블형 부도는 주택·건설업체의 부도. 일본의 경우도 주로 부동산 관리회사에서 부도가 집중 발생해 거래은행들이 뿌리째 흔들리는 「금융위기」로까지 확산된 바 있다.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은 지난해 부도를 낸 건설업체는 총 5백82개사로 전년에 비해 98%나 늘어,업종별로는 건설업의 부도가 가장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올들어서는 미분양 사태가 확산됨에 따라 중소주택건설업체의 부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신발·의류에 이어 건설업체 부도가 러시를 이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 제조업중에선 많은 부동산을 필요로하는 의류 등과 유통·도소매 등에서도 부도가 많았으며 부도로 인해 은행이나 신용보증기금 등에서 대신 빚을 갚아주는 대위변제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 최연종이사는 최근의 잇단 기업부도는 근본적으로 산업구조 조정에 따른 한계기업의 도태과정이지만 지난해말부터는 80년대말의 거품이 가시는데 따른 부동산 과다보유 기업들의 도산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고 말했다.<이백규기자>이백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