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차」 최악조건서 곡예운전/빗길·눈길등 외국원정도/오감동원 제결함 잡아내/대형참변위기 한달 서너번씩 경험기아자동차의 「자동차 테스트 엔지니어」 강명석씨(34)는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자동차 운전석에서 보낸다. 운전하는 사람들은 늘 긴장해야 하지만 강씨의 경우는 긴장의 차원이 다르다. 그는 검사를 거쳐 출고된 안전한 차위에서 쾌적하게 잘닦인 도로를 달리는 보통운전사가 아니다.
아직 성능이나 안전도조차 검증되지 않은 미지의 차를 몰고 그것도 온갖 악조건을 갖춘 도로와 악천후속을 일부러 찾아다녀야 한다. 그러므로 강씨의 일에는 스턴트맨이상의 위험이 따른다.
강씨의 역할은 신형차를 개발,생산하는 전과정에서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강씨와 같은 테스트 엔지니어가 없이는 신형차의 설계도도 그릴 수 없고 이들의 OK사인 없이는 완성차로 출고될 수도 없다.
신형차에 대한 대강의 윤곽이 잡히면 강씨는 비슷한 국내외 경쟁차량 4∼5종을 선정,테스트해 장점을 뽑아 새차가 구비해야 할 성능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작차가 만들어지면 이차의 결함과 안전도 등을 최종 평가,대량생산해 시판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해준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는 4백여종 이상의 전자·기계식 시험을 거치지만 역시 가장 확실한 것은 직접 운전하는 것이다. 강씨는 『모든 공학적 지식과 오감을 총동원한 「관능평가」를 통해서 자동차의 모든 결함을 잡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기본적인 「관능평가」는 우선 일차로 회사내 간이시험주행장에서 이루어진다. 이곳에는 울퉁불퉁한 파형로,뒤틀리거나 자갈이 널려있고 빨래판 모양으로 흠집을 낸 패턴로,경사각 45도의 등판로,고속주행·선회로 등을 달리며 차의 적응상태를 평가한다.
또 일주일중 3∼4일은 고속도로나 비포장도로,빗길,눈길,빙판길등 다양한 노면을 찾아 나간다.
강씨는 필요할 경우 50도가 넘는 중동의 사막지대,영하 40도를 밑도는 북위 75도 이상의 캐나다 빙하지대,해발 3천m가 넘는 미국 록키산맥의 고지대등 각종 악조건을 갖춘 외국으로도 달려간다.
시험을 위해 하루 15시간씩 달려 20여일 가까이 걸리는 2만여㎞ 이상의 미국 횡단주행을 하기도 하는 강씨는 길게는 1년중 3∼4개월을 국외출장으로 보낸다.
가능한한 최악의 도로나 환경조건을 찾아다니면서 차량이 견딜 수 있는 한계성능을 평가해야 하므로 위험은 훨씬 커진다.
차량이 낼 수 있는 최고속도인 시속 1백80∼2백㎞로 주행하고 마찰계수가 0에 가까운 빙판길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며 시속 1백㎞이상으로 달리면서 지그재그로 방향을 트는등 곡예에 가까운 운전을 밥먹듯이 해내야 한다.
강씨는 1백㎞의 속도로 고속주행을 하던중 브레이크가 듣지 않는다든가 보닛이 열리면서 앞유리창을 깬다든가 차량 밑부분의 부품이 부서져나가면서 차량이 뒤집히기 직전까지 가는 대형사고의 위험을 한달에도 서너번씩 경험한다.
성능비교를 위해 8백㏄급 소형승용차에서부터 대형트럭에 이르기까지 2백종이 넘는 국내외 차량을 운전해 보았다는 강씨는 『종종 시험용 벤츠,캐딜락등 최고급 외제차를 몰고 출퇴근할때는 팔자좋은 재벌2세쯤으로 오해받아 선망의 눈길을 받기도 한다』고 웃었다.
어떤 차를 타건 온몸의 모든 신경이 미세한 감을 잡기위해 곤두서있는 것을 알리없는 속절없는 눈길이다.
주로 30대 초반의 나이에 기계공학과나 전자공학과 출신인 자동차 테스트 엔지니어의 수는 그회사 기술수준의 척도이기 때문에 회사마다 비밀로 하고 있어 정확히 파악되지 않지만 자동차 선진국인 일본에서도 인정하는 수준급 10여명을 포함해 경력 5년 이상의 자동차 테스트 엔지니어 1백50여명이 국내에서 활동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85년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대학원을 마치고 「활동적이고 모험심이 강한 성격에 어울릴 것 같다」는 대학교 동기의 권유로 이일을 시작한 강씨는 『자동차는 평생가는 애인이고 제2의 아내』라고 말한다.
강씨는 『자동차 테스트 엔지니어는 냉철한 판단력,대담한 담력,섬세한 사고력을 모두 갖춰야 한다』며 『우리는 단순히 공학적 지식을 갖춘 기술자 이상의 모험가』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서사봉기자>서사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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