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이율배반적 반응/“대선·정국판도에 큰 영향” 인식/신당·백중지역등 「내기」도/각당,기권사태우려 참여유도 부심선거전보다 개표결과에 더 관심이 높다. 선거전이 막판에 이르렀어도 유권자들은 표를 찍어줄 후보선정이나 투표자체에 대한 관심은 높이지지 않고 있으나 전국적인 개표결과와 특정 각축지구의 승패 등에는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이번 총선이 뚜렷한 쟁점이 없고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염증이 가시지 않아 열기가 오르지 않고 있으나 신당을 중심으로 당선여부가 흥미를 끄는 후보가 다수 등장했고 총선결과가 앞으로 있을 대통령선거와 정국판도에 결정적인 작용할 할것이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유권자들의 저조한 관심은 투표당일 행락을 위한 예약이 러시를 이루는데서도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투표보다는 행락을 원하는 유권자들도 어느 정당이 몇석을 차지하고 누가 당선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나타내 각 직장마다 개표결과에 대한 내기가 성행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관공서에 근무하는 이모씨(28)는 『동료들이 공휴일인 24일 새벽이나 23일 밤에 놀러갈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누가 당선될까에 대해서는 1만원씩 내기를 걸었다』며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 투표할 생각은 없지만 개표결과는 밤새워라도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각 후보들이 백중지세인 지역과 신당의 공천을 받고나온 지명도 높은 인사들이 출마한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최근 각 정당의 경쟁적인 향응 제공과 입당권유에 모두 입당원서를 제출했다는 홍모씨(50·여)는 『하루가 멀다하고 제공되는 식사대접과 선물공세를 못이기는체 받기는 하지만 솔직히 표를 찍어주고 싶은 후보는 한명도 없다』면서 『그래도 치열하게 벌어지는 선거운동을 보고 있자니 과연 누가 당선될지 무척 궁금하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의 이런 이율배반적인 반응으로 투표당일 기권자가 많을 것이 우려되자 각 후보들은 모두 「기권방지=부동표확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투표율 높이기 작전에 부심하고 있다.
서울 K지역의 A후보의 경우 정치허무주의에서 비롯한 유권자들의 투표포기를 막기위해 운동원을 총동원,투표를 권유하는 전화걸기·편지보내기에 힘쓰는 한편 「데이트도 투표후에,등산도 투표후에」라는 스티커를 제작,배포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고려대 정치학과 한배호 교수는 『유권자의 투표는 정책에 대한 정치적 선택행위인데 그동안 선거를 통해 우리의 유권자는 「누구를 찍어도 변하는 것이 없다」는 정치적 무력감을 여러차례 맛보았기 때문에 선거엔 관심이 없고 다만 선거결과가 잠시 흥미거리로 등장했다 곧 사라질 뿐』이라며 『유권자를 투표함앞으로 이끌 정책상품이 제시되지 않는한 유권자들의 투표포기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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