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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존엄사」싸고 윤리논쟁 “불꽃”(세계의 사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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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존엄사」싸고 윤리논쟁 “불꽃”(세계의 사회면)

입력
1992.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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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고통해소”­“생명경시” 맞서【동경=문창재특파원】 의사단체의 존엄사 인정선언이 일본사회에 윤리논쟁을 일으켰다.

회복이 불가능한 말기환자를 고통으로부터 해방시킴으로써 인간다운 자연사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의료계나 고통스러운 생명연장 조치를 두려워하는 사람들,환자가족들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그러나 변호사 작가 종교인 등은 『목숨은 어떤 경우에도 경시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반대론을 펴고 있다. 남용우려가 있다는 소리,의료의 불신을 촉진시킬뿐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일본 의사회의 생명윤리 간담회는 18일 존엄사를 인정한다는 보고서를 제출,의사회의 승인을 받았다. 보고서는 환자의 뜻이나 「행복의 관점」에서 말기의료라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환자의 희망에 따라 산소호흡기·심장박동기등 인위적인 생명연장조치를 제거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환자가 의사표시를 할 수 없을 경우에는 환자가족의 의사에 따를 수도 있고,존엄사협회회원으로서 리빙 윌(생전발효유서)에 존엄사희망 의사가 명기돼 있을 경우에도 이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약물투여 등에 의한 안락사는 인정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선언의 취지는 회복전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인위적으로 생명을 연장해가는 것이 윤리라고 볼 수 없다면 본인의사에 따라 편안히 죽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도리라는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간담회가 89년 1천6백명의 의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환자가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70.7%였고 『그래도 연명치료를 계속해야 한다』는 응답은 7.3%였다.

존엄사협회 회원수도 급증하고 있다. 일본 존엄사협회에는 현재 3만1천5백62명이 가입해 있는데,이는 1년전에 비해 2배로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일부 의사들은 진정으로 죽음을 원하는 환자는 없음을 근거로 존엄사를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말기환자 전문병원의 한 의사는 빨리 죽도록 버려두어달라는 환자에게 『지금 강도를 만나 칼에 찔려 죽고 싶습니까』하고 물었더니 『살해당하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고 했다.

일본 의사회의 이번 보고서는 세계적 흐름의 반영이라고 볼 수도 있다. 81년 세계의사총회가 환자의 존엄사권리를 수용해야 한다는 선언을 채택한 이래 미국과 유럽에서는 활발한 논의가 계속돼왔다. 그 결과 미국에서는 50개주 가운데 47개주가 자연사법을 제정,존엄사를 희망하는 환자의 뜻에 따르더라도 의사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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