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부동산등 「거품경제」 붕괴/전자등 각부문 매출 대폭 감소/일각선 “성장둔화일뿐 결코 침체 아니다”세계경제의 전반적인 침체속에서도 고도성장을 구가해온 일본의 경제가 최근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제의 여러 부문에서 아직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도 경기침체의 증후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일본경제의 「황금시대」는 끝난게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미에노(삼중야강) 총재는 현재의 상태를 「조정국면」이라고 규정했으나 경제기획청은 「후퇴」라는 용어를 선호하면서 87년이래 처음으로 「확장국면」이란 용어를 포기햇다.
내달에 발표될 각 기업의 전년도 경영실적 보고에 의하며 소니·NEC·마쓰시타(송하) 등 주요 대기업체가 40%이상의 순익감소를 나타낼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는 이보다 심하다. 세계적인 증권회사인 노무라(야촌) 증권은 순이익이 80%나 격감했다. 자동차·은행·항공·철강 및 백화점 등 대부분이 이익감소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러한 심상찮은 조짐에도 불구하고 일부 경제지표는 아직도 양호하다. 실업률은 겨우 2%로 예년도 평균치보다는 높지만 미국(7.3%)이나 영국(9.2%)보다는 훨씬 낮은 수치다.
사실 미국과 일본에서 침체의 의미는 판이하게 다르다. 이런면에서 보면 일본 경제성장은 「둔화」된 것이지 결코 중지된 것은 아니다. 정부는 금년에도 GNP성장률을 3.5%로 잡고 있다. 이는 일본이 지난 5년간 유지해온 5%보다는 낮으나 아직도 미국보다는 높은 수치다.
다시 말하면 완전고용과 완만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는 「일본식」 침체인 것이다. 한 경제학자는 『일본경제의 침체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그것은 단지 「일본식」 침체일 뿐』이라고 일정한 선을 그었다.
일본경제의 침체는 다른 나라에서도 주목해야 한다. 우선 과거 걷잡을 수 없던 일본의 대외확장세는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어느 경제전문가는 『일본이 과거 수준을 회복할 수는 없다』고 단정한다. 일본경제의 「황금시대」는 끝났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주장한 일차적 이유는 「거품경제」(Bubble Economy)의 붕괴다. 최근 수년간 일본경제의 과대확장 국면은 결정적으로 주식과 부동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진 결과였다. 그러나 이 두개의 시장이 붕괴한 것이다.
경제침체의 근원은 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주가지수가 친정부지로 치솟았는데 기업들은 수익성 좋은 돈굴리기 사업에 열중했다. 이때 「재테크」란 용어가 탄생했다. 동시에 부동산 가격의 급등으로 여기에서도 막대한 불로소득을 거머쥐었다.
기업들은 부풀려진 주식과 부동산 가치의 「거품」을 기업확장을 위한 돈줄로 활용했다. 값싼 이자 또한 유리하게 작용했다. 요컨대 일본기업의 기술개발 및 확대재생산에 이러한 값싼 돈뭉치가 일익을 담당한 것이다.
한편 해외에도 눈을 돌려 미국에서 영국까지,콜럼비아 영화사로부터 자동차 공장에까지 값싼 엔화가 흘러들어갔다.
그러나 영원한 것은 없다. 89년부터는 「경제의 거품」이 위험수위에 이르렀으며 금융시장이 팽창·파열되기전에 거품을 줄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인상했고 대장성이 부동산 투기억제책을 발표했다.
주가지수가 곤두박질쳤고 동경의 부동산 가격이 30%나 떨어졌다. 거품경제의 붕괴는 생산시설을 확장한 기업에 금융압박을 가하고 있다. 서구의 경제침체로 제품판매가 부진케된게 또다른 악재로 작용햇다.
거품경제의 제거에 앞장섰던 미에노 일본은행 총재에 대한 기업측의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모리타(성전조부) 소니 회장은 지난 1월 일본기업이 「새로운 경영철학」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박리다매 전략에서 고가품 판매전략으로 종업원의 「생활의 질」 향상에 힘써야 할 시기가 됐다는 주장이다.
대다수 기업은 아직도 과거의 경영철학에 익숙해 있다. 하지만 근로자들에게 「생활의 질」 향상문제는 현실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외부로부터의 도전에 잘 적응해왔다. 그러나 이들은 이제 더 어려운 시험 즉 내부로부터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더 많은 배당금과 더 나은 생활을 원하는 종업원들의 요구를 총족시키기 위해서도 경제의 재조정과 태도의 전환이 시급하다.<정리=조상욱기자>정리=조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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