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격차 해소/무역장벽 극복/원료 현지 확보/90년대 들어 매년급증 올 50건 넘을듯미·일·영·독 등 선진각국의 유수한 기업들을 통째로 사들이는 「간큰」국내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쌍용양회가 미국 서부지방의 최대 시멘트기업인 리버사이드사를 인수했고 대우중공업은 벨기에 중장비부품사를 사들였으며 금성사는 미최대의 가전사인 제니스사에 1백10억원어치의 지분참여를 했다.
어찌보면 국내기업들이 덩치큰 외국기업을 사들일 만큼 우리국력이 막강해진것이 아니냐고 우쭐해질 수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물론 외국기업을 살만큼 국부가 늘어난 것은 엄연한 사실이지만 속사정은 절박하기만 하다.
선진국들이 갈수록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어 수출이 어려워지고 기술격차는 벌어지는데 기술이전을 회피하자 국내기업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해외 M&A(기업인수 및 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국내기업의 M&A는 90년대들어 매년 10여건 이상씩 늘어나 올해는 50건이상에 달할 전망이다. 대상지역도 종래의 미국중심에서 벗어나 기술이 앞선 일본 및 유럽국가와 동구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기업인수 대상업종도 전자·자동차중심에서 중밀화학·반도체·컴퓨터 부품 등 첨단기술을 요하는 업종과 운수·유통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해외 M&A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영창악기.
영창은 현재 디지틀 피아노에 관한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는데 이는 M&A 덕분. 영창은 90년 5월 세계 최초로 디지틀피아노를 개발한 미 보스턴의 전자악기 칩 제조회사인 쿼즈와일사를 3백만달러에 인수했다. 인수대상 가운데는 디지틀피아노 개발용 칩과 관련한 기술소유권·상표권·전세계 판매권 및 연구인력고용권도 포함돼 있었다.
지난해에는 금성사가 미최대 가전사인 제니스사에 지분참여를 해 현재 평면 브라운관과 고화질(HD)TV 제작기술을 이전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LA근교 실리콘밸리의 컴퓨터 연구개발 및 판매업체인 마이크로파이브사를 인수,해외 연구소로 활용하고 있으며 금성통신은 무선단말기 연구개발회사인 미 폰텍사를 단돈 27만달러에 인수,여기서 새로 개발된 무선통신 단말기 제품을 국내 안양공장에서 대량 생산해내기도 했다.
국내기업들의 해외 M&A는 이같이 선진기술을 도입하기위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요즘 들어선 신시장개척,현지 판매망확보,원료확보 등 목적이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86년 포철이 미국의 UPI철강회사를 1억달러에 인수한 이래 작년까지 국내 상장기업이 사들인 해외기업은 모두 30건에 8억5천만달러 수준. 비상장기업과 증권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기업을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70%인 21개사가 미국이고 다음으로 캐나다·벨기에·영국·서독 등의 순이다.
미국은 기술수준이 우리보다 뛰어난데다 기업자체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분위기가 성숙돼있어 국내 기업의 주요 M&A 대상지역이 되고 있으나 세계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일본과 2백∼3백년의 축척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유럽기업들을 공략하는게 앞으로의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백규기자>이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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