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살인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박동수(33·전과5범·주거부정)의 눈빛에는 세상에 대한 저주와 살기가 가득했다. 18일 상오 서울 청량리 경찰서의 형사피의자 대기실에서 박은 수갑을 찬채 쇠창살에 머리를 찧거나 침을 뱉으며 반항했다.박은 전날인 17일 하오 9시50분께 제기 지하철 역구내 화장실에서 술취해 토하고 있던 김현환군(19·기술학원생·인천 북구 부평5동 10의660)의 목과 왼쪽 가슴등 3군데를 칼로 찔러 숨지게 했다.
범행동기는 화장실 앞에서 어깨를 부딪친 어린녀석이 『왜 쳐다보느냐』고 먼저 시비를 걸었다는 것이다.
박은 무참하게 김군을 살해하고 나서 머리를 변기에 처박아 넣고 변기 뚜껑을 닫은뒤 깔고 앉아있기까지 했다.
김군의 손목시계를 풀어 챙긴 박은 화장실에 들어왔다가 기겁한 한 시민의 신고에 의해 바로 경찰에 붙잡혔다.
고아로 자라나 학교에는 다녀본적이 없다는 박은 75년부터 4년동안 4차례나 절도 등 혐의로 구속되면서 교도소를 집처럼 여기게 됐다.
80년 12월엔 강도상해·강간 등 혐의로 또 구속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교도소에서는 『김일성만세』를 외쳐 국가보안법위반죄로 1년형이 추가됐다.
지난해 12월말 만기출소한 박은 끼니도 해결하기 어렵자 역주변을 배회하며 훔쳐먹고 아무데나 쓰러져 잤다.
이번 범행당일 새벽 2시에도 동대문운동장 부근 가판대의 문을 뜯고 껌·담배 등을 훔친뒤 불을 질렀다.
서울역구내 의자에서 곯아 떨어졌던 박은 상오 9시께 일어나 훔진 물건을 용산구 남영동의 한 구멍가게에 팔고 받은 2만5천원으로 오랜만에 목욕을 하고 만두로 허기를 채운뒤 범행 대상을 찾기위해 제기역에 갔던 길이었다.
『또 교도소에 가면 되잖아. 이 XXX들아』박에게는 자기 자신이외의 모든 사람들이 적이거나 원수였다. <박희정기자>박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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