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 분리돼야” 재계·현대 한목소리전경련 무협 대한상의 등 경제5단체장이 17일 신문광고를 통해 현대그룹의 정치참여 자제를 촉구하는 긴급성명을 내기까지는 숱한 우여곡절과 진통을 겪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각 단체,재벌그룹 등 재계가 이 문제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갖고 있었던 데다가 재계자율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외부압력에 의한 「조율」 성격이 짙게 풍겨 근본적인 거부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번 성명서를 합의·도출하기까지 재계지도급 인사들은 무려 6차례의 공식·비공식 회동을 가져야 했고 대부분 회동이 극비리에 이뤄졌다. 또 일부 단체장들은 회합에 때로 불참하기도 해 심한 난산의 과정을 겪었다.
최초 회동은 지난 2일 롯데호텔에서 있었다. 유창순 전경련회장을 비롯해 삼성 현대 대우 럭키금성 등 4대 그룹회장이 모인 이 자리에서 현대·국민당과 관련된 정부모처의 주문이 처음 전달됐으나 참석자중 상당수가 『재계가 정치문제에 나설 필요가 있느냐』고 반발해 발제정도의 수준에서 회합이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이어 3일의 경제5단체장회의,9일 전경련회장단 회의를 통해 이 문제를 거듭 논의했으나 역시 결론을 못내렸다.
정치와 기업경영은 어떤 상황하에서도 분리돼야 한다는 원칙에는 당사자인 현대그룹측까지도 이견이 없었지만 방법론에서 상당한 견해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성명서 도출이 강한 추진력을 갖게 된 것은 지난 13일부터. 재계가 이같이 갈팡질팡하면서 결론을 못내리자 정부측이 박용학 무역협회회장을 통해 경제5단체장 회의를 다시 열도록 강력히 주문,13일과 14일 연거푸 회합을 가진 끝에 정부측의 뜻을 수용할 수 밖에 없는게 재계현실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성명서 작성은 무역협회가 맡았다. 14일 단체장회동 직후 무역협회가 성명서 초안작성에 들어가 일요일 15일밤 늦게야 완성됐다. 문안작성에도 진통을 겪어,「현대그룹」 「국민당」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이냐,단체명의로 할 것이냐 등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보였다는 후문.
이같은 과정을 지켜 본 재계 관계자들은 『재벌그룹의 특정정당지원도 문제지만 이에 대응하는 정부나 재계의 자세도 문제』라며 『특히 재계의 홀로서기는 아직 요원함을 절감했다』고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이와 관련,재계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경제단체장들이 사임을 표명할 가능성도 있다는 성급한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송태권기자>송태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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