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결땐 흑백 무장분규 불가피/가결돼도 보수파 반발 어수선프레데릭 데 클레르크 남아공대통령이 추진해온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 정책) 철폐 및 민주화 개혁정책이 중대기로에 섰다.
17일 남아공 전체인구중 15%(4백90만명)에 불과한 소수백인들만이 참여해 남아공사상 3백여년만에 처음으로 다수인 흑인들의 정치참여를 허용하는 것을 묻는 찬반투표에 들어간 것이다. 투표자들은 「데 클레르크대통령이 90년 2월 민주화선언 이래 추진해온 개혁노선을 지지하는가」라는 질의에 「예·아니오」라고 간단히 답해 흑인들의 장래운명에 대해 결정짓게 된다.
투표에서 과반수 지지를 받으면 현정권이 주도하는 민주화 실험에 박차를 가해 금년말 안으로 넬슨 만델라가 주도하는 아프리카 민족회의(ANC) 흑인세력이 참여하는 흑백 과도정부가 수립될 전망이다.
그러나 남아공의 장래가 순탄할지는 예측 불허의 상황이다.
물론 정치개혁안이 부결되면 데 클레르크는 사임할 수 밖에 없고 대통령선거가 새로 실시돼야 한다.
여당인 국민당은 실패하면 흑인의 무장폭동과 정치혼란은 물론 대외적으로 경제제재조치 등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게 될 것이라며 역공세를 펴고 있다. 만델라도 부결될 경우 무장 항쟁 노선밖에 없다고 공언해 여당측에 원격지원을 가했다.
그러나 데 클레르크의 개혁정책은 장래의 구체적 대안과 비전을 백인에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약점을 안고 있다. 물론 자유기업경제 유지와 백인데 대한 보호장치마련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생존권」과 직결된 백인 보수주의자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백인보수당(CP)과 극우세력인 아프리카너저항운동(AWB) 등은 결국 백인이 다수의 흑인세력에 잠식 당해 스탈린식 전체주의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향후 정정불안은 계속될 전망이다.
따라서 데 클레르크가 과반수 지지를 획득할지라도 압도적 지지가 아닐 경우 앞으로도 「민주화의 대장정」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조상욱기자>조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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