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카사바」개량… “농업혁명”/농촌지도자 600명 양성/71년부터 나이지리아 농학연 소장/대읍 「이키레」최고지도자17일 건국대에서 상허대상을 받은 한상기 박사(59)는 특이한 의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상허대상은 일제때 의사겸 농촌계몽운동가로 활약한 건국대 설립자 상허 유석창 박사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 한박사는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농업발전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한박사는 나이지리아의 인구 10만이 넘는 대읍 「이키레」의 추장이다. 한박사 부부가 입고 나온 도포모양의 화려한 옷과 모자는 현지특산인 「야미」(마의 일종)로 짠 것으로 추장만 입을 수 있는 의상이다.
한박사가 나타나면 주민들은 불교의 오체투지자세로 땅에 엎드려 최고의 경의를 표한다.
한박사가 추장으로 추대된 것은 83년. 10년넘게 나이지리아의 주식용 작물인 「카사바」개량에 헌신해온 결과였다.
카사바는 심은지 6개월이 지나면 뿌리에 고구마같은 열매가 달리는 1m 높이의 목본성식물로 아프리카 저소득층의 주요한 구황작물. 한박사는 병에 약한 이 식물의 고질적 약점을 개량한 TMS307호라는 혁신적 품종을 개발,「카사바의 아버지」라는 호칭을 얻었다.
서울대를 거쳐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식물유전육종학 박사학위를 딴뒤 서울대 조교수로 일했던 한박사는 71년 포드록펠러재단이 아프리카에 농학연구소를 설립한다는 사실을 알고 한국을 떠났다.
나이지리아 생활초기 열악한 생활조건과 향수병으로 좌절의 위기까지 느낀 한박사는 오지를 찾아 4천㎞가 넘는 단독 자동차여행을 통해 약한 정신을 극복해갔다.
나이지리아 제2도시 이바단에 있는 국제열대농학연구소(IITA)의 소장으로 일하면서 자신이 개발한 신품종 카사바를 마을마다 찾아다니며 보급하는데 전력을 다했다. 6백여명의 현지 농촌지도자들을 길러내기도 했다.
한박사가 나이지리아를 아프리카 제1의 카사바생산국으로 키워내자 각 마을에서는 서로 추장으로 모시겠다고 나섰다.
결국 이키레의 추장으로 추대된 한박사는 일부다처제 권한이 있는 현지풍습을 아는 부인 김정자씨(62)의 반대에 부닥치기도 했다.
물론 세습족장이 있지만 행정만 담당하며 한박사는 마을의 최고지도자로 입헌군주국의 왕과 같은 존재이다. 평소엔 이바단의 연구소에 있지만 마을의 주요행사나 결정에는 꼭 참여한다.
오랜만의 귀국이 어색할 만큼 이미 아프리카인이 된 한박사는 『아프리카에 희망이 없다』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
능력이 닿는한 아프리카를 위해 일하겠다는 한박사는 『아무도 밟지않은 눈을 밟고 지나갈 때와 같은 개척자의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원로농학자 유달영 박사의 인생강의가 자신을 이끄는 좌우명이라고 했다.<이은호기자>이은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