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말 퇴임 평이사로 남아/후임 이튼 GM유럽본부장【워싱턴=정일화특파원】 미국 자동차업계에 「아이아코카 신화」를 창조했던 리 아이아코카 크라이슬러사 회장(67·사진)이 14년만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미국의 3대 자동차메이커중 하나인 크라이슬러사는 17일 아이아코카 회장의 금년말 퇴임을 확정하고 그의 후임에 로버트 이튼(52) 제너럴 모터스사 유럽본부장이 선임됐다고 발표했다.
아이아코카는 그러나 오는 12월31일 퇴임식을 가진 후 평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아이아코카는 지난 78년 포드사서 해고되면서 크라이슬러사 회장에 취임,미국자동차산업 「빅3」의 막내 크라이슬러를 회생시켜 경영의 귀재로 불리는등 숱한 화제를 뿌려온 미국의 대표적인 경영인이다.
그는 『아침이면 1분이라도 빨리 회사에 가고싶었고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가기가 아까웠다』고 말할 정도로 일벌레였다. 그의 이같은 부지런함은 미 의회에서 15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얻어내 파산직전의 크라이슬러를 재기시키는 발판이 됐다. 그는 또 근로자들과 채권자들과 직접 만나 크라이슬러사 회생방안에 대해 논의하는등 소탈한 경영자로 인식됐다.
그러나 그는 크라이슬러사에 몸담은 후 처음 3년동안 고전을 면치못했으나 「K카」와 「미니밴」을 히트시키면서 크라이슬러사의 경영을 정상화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최고경영인으로서는 처음으로 K카 광고방송에 직접출연,「여러분이 좋은 차라고 생각하시면 사주십시오」라고 호소해 미국 전역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크라이슬러사 재기로 국민의 영웅으로 떠오른 아이아코카는 80년대 중반까지 대통령후보로 거론되는등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아이아코카는 이같은 국민들의 인기에도 아랑곳없이 주말에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가족과 함께 지낼 정도로 가정적이었다. 그는 『회사에서 출세하면 할수록 가족을 돌보지 않게 되는데 이는 잘못된 발상』이라고 현대인의 가정경시풍조에도 일침을 가했다.
아이아코카신화의 붕괴는 미국의 경기침체와 함께 시작된 자동차산업의 전반적인 부진으로 시작됐다. 그는 크라이슬러사가 지난해 7억6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자 금년초 부시 대통령의 「경제군단」일원으로 일본을 방문,크라이슬러사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는 일본방문당시 일본의 자동차업계를 강한 어조로 비난,양국 분쟁의 불씨를 만들기도 했다.
아이아코카의 은퇴설은 그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지난해 6월부터 나돌기 시작했으며 크라이슬러사가 결국 금년말을 시점으로 그의 일선퇴진단안을 내린 것이다.
지난 24년 미 펜실베이니아주 앨런타운에서 출생한 아이아코카는 프린스턴대를 거쳐 46년 포드자동차회사에 입사했다. 70년 포드사 사장으로 취임했으나 포드2세와의 불화설로 크라이슬러사로 옮겨갔으며 82년에는 「디트로이트」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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