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전문가 도문길씨/작년 내자호텔등 백여채 “쓱싹”/새빌딩 보면 “어떻게 부술까”골몰/「날림」편법 많아 작업에 의외 위험때려부수는 대가로 돈을 번다.
최근 각종 재개발공사 및 노후건물 재건축이 활발해지면서 건물 철거업이 황금알을 낳는 유망업종으로 급부상 하고있다.
도문길씨(49·성도건설 사장)는 건물이란 「짓는 것」일뿐 「부술 수 있는 것」이라는 개념조차 제대로 인식돼 있지 않던 시절에 일찍이 이 분야의 시장성을 내다보고 뛰어든 경력 12년의 최고참급 철거전문가 이다.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공들여 지어진 건물 수천채가 그의 손에 의해 단 몇시간 며칠만에 감쪽같이 사라진다.
대학을 졸업하고 교편을 잡고있던 그는 단지 해머로 두들겨 부수는 「원시적」인 철거업을 하고있던 친척을 보고 『이 일이 미래의 업종』이라고 판단,지난 80년에 철거전문업체인 (주)성도건설을 설립,본격적으로 때려부수는 일에 나섰다.
초기에는 도씨도 힘좋은 인부를 대거 동원해 해머를 휘둘러 부수거나 크레인 등 중장비에 큰 쇠공을 매달아 건물 벽에 충돌시켜 부수는 낡은 방법을 썼다.
그러나 이같은 방법은 수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모돼 막대한 인건비 등을 빼고 나면 크게 남는 장사가 못됐다. 무엇보다도 철거작업때 발생하는 소음,진동,분진 등 환경공해에 대한 일반시민들의 의식이 바뀌면서 보다 깨끗하고 조용하게 단시간에 해치울 수 있는 신공법의 도입이 불가피했다.
도씨는 지난 88년 이후 압쇄기(Crusher) 5대를 대당 2억원에 구입한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대당 가격은 1억여원에 불과하지만 유지비가 엄청난 다이아몬드 절단기를 도입,첨단장비를 속속 갖췄다.
압쇄기는 거대한 집게를 이용,건물 일부를 집어 들어내는 기계이며 다이아몬드 절단기는 절단기날에 공업용 인조금강석체인이 부착돼 있어 건물을 조각조각 잘라내는데 사용된다. 이 기계는 지하나 수중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교각철거 등 난공사에 주로 사용되는 첨단장비이다.
도씨는 또 올해안에 일본에서 개발돼 현재 실용화 단계에 있는 워터제트기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 기계는 가로 세로 1㎝의 손톱만한 면적에 초당 30톤의 물줄기를 초고압으로 쏘아대 콘크리트 건물을 마치 칼로 두부 자르듯 자유자재로 잘라낼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을 갖고있다.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분진이나 소음도 거의 없는 청정공법이다.
많은 사람들은 TV나 영화에서 초대형 건물이 엄청난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한순간에 주저앉는 모습을 보고 감탄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특수화약을 이용한 발파공법으로 철거하는 광경이다.
도씨는 당초 이 방법도 도입하려 했으나 면밀한 검토끝에 『아직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한다.
보기에는 멋있고 그럴듯해 보이지만 서구에서도 성공률이 60∼70%에 불과한 시험공법인데다 이 방법에는 건물설계도의 면밀한 검토와 치밀한 계산,정확한 화약장착 등이 필수적인데 60∼70년대에 지어진 우리나라 건축물에는 설계도면 조차 남아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설혹 있다 하더라도 설계도대로 지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점 때문에 우리나라 건축물 철거에는 숱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건물들이 제멋대로 지어지고 편의에 따라 수시로 증개축돼 철거작업을 하다보면 도대체 붕괴방향 조차 감잡기 힘들다는 것이다.
전철역 주변건물이나 고가도로,육교 등의 철거는 건물이 쓰러지는 방향과 주변에 대한 영향까지 면밀히 계산해야 하는데 이같은 날림구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인문계를 전공한 도씨가 이 분야에서 최고베테랑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도 과학적 공법보다도 오랜 현장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건축구조물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도씨도 최근에는 점차 제대로 만들어진 건물이 많아져 부지런히 대학과 연구소를 찾아다니며 건물구조학 등 철거공법 관련공부를 하고있다.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철거업체들의 총매출이 10억원 규모도 채 안됐던데 비해 지난해에는 2백억원의 시장이 형성될만큼 철거전문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막 지어진 번듯한 새빌딩을 보면서도 부술때를 생각한다는 도씨에 의해 지난해만 해도 유서깊은 마포아파트,내자호텔 등 1백여채가 사라졌다.<고태성기자>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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