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짧고 부르기쉽게/기업이미지 쇄신/해외로 진출위해/상호·상표개명활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짧고 부르기쉽게/기업이미지 쇄신/해외로 진출위해/상호·상표개명활발

입력
1992.03.15 00:00
0 0

◎작명소·역술인 “큰 재미”/세제 「빨래박사」 「한스푼」이름으로 승부/3천만원짜리 등장·사주가 직접 짓기도『장사가 안되면 이름을 바꿔라』 기업의 상호와 상품의 이름 바꾸기 작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선퍼니처로 널리 알려져있던 선창산업의 가구의 이름을 선우드로 바꿨고 연합인슈파넬은 연합인슈,삼천리 자전거는 레스포로 각각 이름을 바꿨다. 최근에는 한국화약과 전주제지,동양나이론등도 기업명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의 이름찾기 작업과 함께 전문 작명소가 성업,3천만원짜리 이름이 등장하는가 하면 역술인들도 작명에 한몫을 한다. 기업들이 이처럼 회사명과 상품의 이름 바꾸기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급속도로 악화된 경영환경을 이기기 위한 신사고와 신경영의 출발점을 이름 바꾸기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이름 바꾸기 작업은 크게 상호와 상표의 변경. 상호의 작명은 가급적 짧고 인상적이며 계열사들이 한식구라는 인식을 갖도록 이미지 통일화작업(CIP)과 병행해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동방생명이 삼성생명으로,미륭건설이 동부건설,한국건업은 벽산건설,범한화재가 럭키화재로,한흥증권이 한진투자증권으로 바뀐것이 그 예다. 같은 맥락에서 제일은행 계열의 신한투자금융과 산한은행계열인 제일투자금융이 상호를 서로 맞바꾸는 작업도 추진되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은 은행으로 업종을 전환하면서 하나은행으로 이름을 바꿨고 진로는 해외진출을 목적으로 영문명인 JR로 바꾸는 것을 검토중이다. (주)통일이 세일로 이름을 바꾼것은 종교적인 냄새를 풍기던 기업의 기존 이미지를 벗기 위한것.

상호를 짧게 바꾸는 것도 최근의 추세다. 연합인슈파넬은 연합인슈,한국데이터통신은 데이컴,동신주택개발은 동신주택,중앙교육연구원은 교원으로 각각 바꾼것 등이다.

이름바꾸기 작업의 하이라이트는 상표. 잘 팔리지 않던 제품이 이름을 바꾼뒤 불티나게 나가고 품질은 경쟁사 제품보다 나은데 이름을 잘못 정해 판매에서 뒤지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각 기업마다 상품의 얼굴인 이름을 정하는데 적지않게 고심하고 있다.

상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전자제품의 경우 상표 변경은 곧 신상품의 개발을 알리는 것이다. 세탁기에 새로운 기능을 첨가한뒤 「잠잠」이었던 상표가 「여유만만」으로 바뀌고 봉세탁기는 공기방울세탁기로 변했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기업들의 세제전은 곧 한스푼,빨래박사 등의 상표전이다. 백양은 속옷의 상표를 BYC로 바꾼후 매출이 늘었고 한국유리도 상표가 특별히 없던 유리에 한글라스라는 상표를 붙인후 이미지가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내수에만 치중했던 상품을 해외로 수출하면서 상표변경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삼천리자전거는 수출과 함께 레스포라는 상표로 바꿨다. 레저와 스포츠의 합성어인 레스포는 해외에서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새로운 이미지를 심고 있다.

이름이 좋아 생산제품이 히트하면서 아예 상호까지 상표명을 따서 바꾸는 기업도 늘고 있다. 동원전자는 인켈 브랜드의 판매가 늘어 나자 상호를 인켈로 바꿨고 선경화학도 상표인 SKC를 기업명으로 정했다. 미원도 일찍이 동아화성이라는 기업명을 미원상표의 조미료가 불티나게 나가기 시작한뒤 정한 이름이고 쌍방울의 당초 이름은 쌍녕섬유였다.

상표와 상호의 선택과정은 경영층의 작명·사내공모·일반공모·광고대행사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농심의 신춘호사장은 직접 만들기로 유명하다. 농심이라는 상호는 물론이고 신라면,맛뵈기,안성탕면,사발면등 대부분 신사장이 작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부르기 쉽고 인상적인 이름을 갖기위해 전문 작명소를 찾는 경우도 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전문 작명소인 인피니트는 한달에 5건 정도를 소화할수 있으나 최근에는 주문이 밀려 미처 다받지 못하고 있는 정도다. 일부 중소기업들은 역술인들을 찾아가 후보를 제시하고 행운을 부를 이름을 정하기도 한다.

맘에 드는 이름 하나를 갖기위해 엄청난 비용을 쏟는 기업도 늘고 있다. 최근 시중에 선보이고 있는 제일제당의 세제 「비트」라는 상표는 3천만원짜리이고 「제주신라」라는 호텔 이름과 부대시설인 음식점 회의장 등의 이름을 짓는데는 무려 2억5천만원이 투입됐다. 연합인슈파넬에서 파넬을 떼내는데 들어간 비용도 1천만원이나 된다. <이종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