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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늦은 미국의 대소원조(TIME 본지특약:3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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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늦은 미국의 대소원조(TIME 본지특약:3월16일자)

입력
1992.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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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민주투쟁 “물거품 가능성”/“소 몰락 사무적 대처 서방자세는 근시안적/걸프전에 쏟은힘 러시아지원에 써야할 때”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주 일리노이주 선거유세를 위해 헬리콥터에 탑승하기 직전 미·러시아 정상회담이 오는 6월16·17일 양일간 워싱턴에서 개최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백악관 관계자들은 이번 정상회담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원조」가 아닌 「핵무기 감축」에 맞춰질 것이라고 부연설명했다. 미국은 그동안 그(옐친 러시아 대통령)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베풀었다는게 그 이유였다.

올해가 「선거의 해」임을 감안하면 부시 행정부의 이같은 의도는 명확하다. 경제침체로 대권가도에 제동이 걸린 부시가 더이상 외국에 후하다는 인상을 풍기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부시는 핵심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러시아에 투자된 고액의 돈이 헛되게 쓰인다 할지라도 훗날 사가들이 미국의 지원거부를 「서방측의 실기」로 비난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를 민주주의국가 대열에 편입시킬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저버린 「우」를 범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 유권자들은 자국 경제불황을 이유로 부시가 러시아측에 제공하기로 한 52억달러의 차관에 한푼이라도 더 추가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또 대부분의 유럽국가들과 일본도 극심한 경제침체에 허덕이고 있다.

그러나 서방측이 역사의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러시아를 보다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소련제국의 몰락을 사무적으로 대하는 서방측의 자세는 근시안적이고 위험한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러시아 국민들의 배고픔이나 분노에 편승한 파시스트나 군국주의자들이 옐친으로부터 정권을 찬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럴경우 러시아는 구 소련의 핵무기를 재정비하고 군산복합체제를 재가동시켜 초강대국의 지위를 회복하려할 것이다.

때문에 러시아국민이 새로운 미래를 건설하는데 외로운 투쟁을 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폴 가블카네기 국제평화연구재단 상임연구원은 『한 국가가 원조로 다른 국가의 운명에 영향을 끼칠 기회는 거의 없다. 그러나 러시아의 운명은 서방측의 원조에 의해 바뀔만한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실제로 러시아의 현 상황은 위험하기 그지없다. 옐친의 개혁이 어느정도 추진되고 있지만 물가폭등,실업자 급증,민영화 혼란 등 시장개혁의 부작용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지금까지 52억달러 차관약속중 35억달러 상당의 곡물차관과 1억1천7백만달러어치의 물품제공만을 이행했다. 향후 2년에 걸쳐 제공키로 한 7억4천5백만달러의 기술원조는 그중 5백만달러만이 실행에 옮겨졌을 뿐이다. 문제는 부시 대통령이 사태변화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느리다는데 있다.

미 의회의 유럽담당 국무소위원회 의장인 리 해밀턴 의원은 『부시 대통령의 지도력과 업무 추진능력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가시돋친 발언을 할 정도다.

그러나 미 행정부의 신중한 자세는 오는 11월의 대통령선거 이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가 자체 개혁프로그램으로 국제통화기금(IMF) 가입을 승인받고 국제금융기관으로부터 가능성을 인정받은 후에야 미국이 마음놓고 지원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여러가지 측면에서 IMF의 역할은 중요하다. 서방국가들이 갖고 있는 정치적 위험성을 「국제기구」의 명분을 살려 상쇄할 수 있고 러시아정부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개혁을 촉구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미국이 러시아 지원에 인색해서는 안된다.

잭 매트록 전 모스크바 대사는 『미국이 걸프전에서 기울였던 국가적 총력을 러시아 지원에서도 경주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정리=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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