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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선거와 언론(선진국선거 어떻게 하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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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선거와 언론(선진국선거 어떻게 하나:3)

입력
1992.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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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공정성유지·신문은 정치색 분명/논쟁초점 개인보다 정책에 맞춰/인물싸움 없어 재미반감 푸념도【런던=원인성특파원】 영국에서는 신문들이 선거운동을 대신한다고 할 정도로 언론이 선거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선거를 취급하는 언론의 태도는 신문과 방송이 확연히 구분된다. 방송은 특정정파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입장을 취하지만 신문들은 색깔을 분명히 하고 특정정파의 입노릇을 대신할 정도이다.

신문들이 노선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곳은 사설과 칼럼이다. 이러한 지면을 통해 지지정당의 정책을 옹호하고 상대당의 정책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허점을 공박한다. 사실보도의 측면에서는 비교적 공정성을 유지하려 애쓰기는 하지만 신문의 시각에 따라 기사의 취사선택이나 취급하는 비중이 달라지기 때문에 엄정중립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권위지에 비해 대중지들은 선거기사에서 더욱 분명히 색깔을 드러낸다. 이들은 다소 내용은 부실하더라도 대문짝만한 활자로 상대방 정책을 원색적으로 비판하는 등 매우 노골적으로 정당의 기관지노릇을 한다.

대부분의 신문이 정치색을 띠고 있기 때문에 지지신문이 적은 노동당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에서 선거에 임해야 한다. 4대 권위지중 노동당을 지지하는 신문은 가디언 하나뿐이다. 가장 오래된 더 타임스는 물론 권위지로는 드물게 1백만부 이상을 발행하는 데일리 텔레그래프 등은 보수당 기관지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친보수당 색깔을 띠고 있다. 신생 인디펜던트만이 유일하게 중립을 표방하고 있을 뿐이다. 대중지의 경우에는 더욱 일방적이다. 7개의 전국지중 노동당 지지는 데일리 미러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보수당을 지지하고 있다. 대중지들은 부수가 1백50만∼3백만 정도로 많은 서민층에게 읽히고 있는 데다 정치적 입장을 매우 노골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노동당으로서는 더욱 치명적이다. 하지만 영국 신문들은 논쟁의 초점을 주로 정책에 맞추고 개인의 사생활이나 인신공격 등은 상당히 자제하고 있다.

신문에 비해 방송은 공정한 입장으로 유권자와 정당이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텔레비전은 우선 양적으로 균형을 취하고 있다. 3개 주요당의 움직임은 거의 같은 비중으로 취급한다. 특히 텔레비전이 마련하는 토론·기획 프로그램들은 정책대결로 유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각 당에서 골고루 참여한 토론자들은 정책의 본질에 관해서만 의견을 발표할 수 있다. 당리당략을 앞세운 정당홍보성 발언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선거가 시작되기 전부터 주요 쟁점이 될 세금 교육 경제 의료문제들에 관한 토론프로그램이 줄을 이을 정도로 텔레비전은 선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각 정당은 신문에는 돈을 내고 광고를 할 수 있지만 방송광고는 허용되지 않는다. 대신 방송사들은 정당별로 정책 홍보시간을 할애한다. 정당별 시간은 지난번 선거때의 출마자수와 당선자수를 고려해 배정하는데 보수 노동 자유민주당에 5대5대3 정도로 시간이 배정된다. 정당들은 정책의 홍보와 상대당 정책에 대한 공박을 위해 이 프로그램을 십분 활용한다.

영국 선거에서 언론이 이처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선거자금과 관계가 있다. 개인후보자의 선거비용이 9백만원 정도 밖에 허용되지 않는데다 정당들도 마음껏 선거운동을 할만큼 자금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언론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언론의 선거대리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언론들이 극성스럽게 선거의 주체로 참여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은 별로 일지 않는다. 이는 언론이 개인의 사생활이나 자질 등 인신공격보다 정책공방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언론은 정당의 일방적인 홍보와는 달리 나름대로의 논지를 갖고 정책을 해부하기 때문에 선거를 인물중심이 아닌 정당과 정책중심으로 이끄는 긍정적인 역할을 해준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런 현상 때문에 인물싸움이 사라진 재미없는 선거가 된다고 푸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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