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아니면 살기판이 아니고서야 사람들이 이처럼 정신을 잃을 수가 없을 것이다.정주영씨는 광양만 매립공사를 따낼때 민자당 「수뇌부」에 거액을 건네준 일이 있다고 11일 폭로했다 한다. 아마 정부·여당이 그렇게 썩었다는 것을 폭로하자는 계산이었을 것이다. 뇌물을 받은 사람만 나쁘고 준 사람은 깨끗하다고 착각한게 분명하다.
이제는 여당의 높은 분이 된 정치인의 말도 제정신이 아니다. 그는 소위 「5공청산」으로 밀려났던 사람을 가리켜 『나는 전부터 그를 대단히 존경하고 좋게 생각했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한때 목청을 높여 외쳤던 「5공청산」은 본심이 아니었단 말일까? 한 표가 급한 판이라 앞뒤 안가리고 흘린 말일까?
제 손으로 만들어 놓은 법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정당들도 얼굴이 쳐다보인다. 법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한 선거운동비 상한선을 「지킨다」가 아니라 「지키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노력해도 안되면 별 수 없다는 말이다. 명색이 6개 정당이 참여한 공명선거협의회의 결의문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오늘날 한국의 선거판에는 정의가 없다. 그대신 옳고 그름을 따지지않는 원시적 「편 가르기」가 판을 치고있다. 소위 「지역갈라먹기」의 싸움이다.
거대여당의 김종필씨계에서는 그를 「중부권의 지도자」요 「충청인의 자존심」으로 내세우고,대구에서 TK예찬론을 폈던 박태준씨는 전남지역을 돌면서 민자당후보를 밀어달라고 호소하고 「지역대결청산」을 말했다. 이런 말은 당연히 대구에서 먼저 외쳤어야했을 것이다.
여기에다 국민당이 「강원도당」으로 자리잡느냐가 관심거리다. 또 「통합야당」의 깃발을 든 민주당이 얼마만한 성과를 올릴 것이냐도 관심거리다.
4년전의 선거때만해도 「민주화」라는 대의가 아무도 거스를 수 없는 열기로 전국을 지배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는 대의보다 편가르기의 원시적 감정이 지배하고 있다. 겉보기에 넥타이 매고,미니스커트를 입었지만 한국인은 거대한 원시인의 집단꼴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큰 문제는 위기에 직면한 국가경영의 계책이다. 적자로 돌아선 경제의 경쟁력회복을 위해 새로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고,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국민을 채찍질할 지도력의 회복이 급하다.
그것은 비능률적인 대기업구조의 문제요,분배구조의 문제요,보다 정직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문제다. 재벌당은 말할 것도 없지만 여·야 모두 감히 말하기 꺼리는 이 문제야말로 국가경영의 핵심이다.<논설위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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