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끝났는데 유일 초강국 지향 이유 뭔가”/언론도 “국제경찰 추구는 오만한 태도” 비난【워싱턴=정일화특파원】 미 상원 군사위원회(위원장 샘넌)는 12일 미 국방부의 「94∼99년도 국방부 방어기획 지침서」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함으로써 지난 2∼3일 동안 뉴욕타임스 등 미국의 주요 신문들에 게재된 「미국불주의」가 상급정책 차원에서 심각하게 토의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날 청문회는 비공개로 진행돼 어떤 내용이 거론됐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 방어기획 지침서」 (46페이지짜리)가 국방부 부차관보급 관리에 의해 유출된 후 과연 미국이 방대한 군사비를 계속 지출하면서 어떤 나라든 미국의 군사우위에 도전하는 것을 제지하는 것이 합당한가에 대한 의문점이 많이 제시됐기 때문에 이날 상원청문회도 이 문제에 대한 활발한 토의가 있었음은 확실한 것 같다.
청문회가 열리기 바로 전날 앨런 크랜스턴 의원(상원외교위 동아시아 태평양소위 의장)은 본회의 발언을 통해 『국방부는 미국을 세계의 유일한 무력 국가로 만들 심산인가』라고 공박했었다. 민주당측은 크랜스턴 의원의 발언에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국방부 방어기획 지침이 문제시 되고 있는 부분은 대략 두 가지다.
첫째는 일본·독일을 포함한 어떤 지역국가도 미국에 도전할 수 있을 정도의 무력 국가로 성장할 수 있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고,둘째는 미국의 세계 전략전술이 집단 방어주의이긴 하지만 집단방어 주의에는 언제든지 미국이 단독행동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유보하고 있으며 집단안보 체제의 구성자체도 미국이 선별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12일자 워싱턴 포스트지는 「국방부 관리가 아닌 안보관리」의 말을 인용하면서 『미국이 이렇게 세계 유일의 경찰기능을 떠맡겠다는 것은 확실히 오만한 태도로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방어기획 지침서」에는 외국인 접근불가 표시인 NOFORN이라는 도장이 찍혀있는 그 사태만으로 이 서류는 우방국의 의심을 받을 만한 것이라고 이 신문은 말했다.
미국이 탈냉전시대의 유일한 군사 패권국이라는 것은 어느면으로보나 명백하다. 우선 미국의 유일한 대적이었던 소련이 해체돼 미국의 공식 평가처럼 구 소련은 이미 미국의 적이 아니다. 게다가 소련없는 시기를 살면서도 미국은 냉전시대의 무력 규모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누가봐도 현재 미국을 넘볼 무력국가는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보면 국방 부문서 내용을 본적도 없다면서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은 부시 대통령의 태도나,문서 자체는 하나도 잘못된 점이 없다고 말한 피트 윌리엄스 국방부 대변인의 말은 아주 논리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부시 대통령은 11일의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단독 전략주의를 택할 것인가,아니면 집단 안보주의를 택할 것인가』는 질문에 직접적인 대답을 회피하면서 『걸프전을 보면 미국이 집단 안보주의를 얼마만큼 선호하는지 알 수 있을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걸프전은 확실히 20여 우방국이 참여한 집단안보 작전이기는 했다. 하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미국의 전쟁이었다.
피트 윌리엄스 대변인은 이 지침서는 체니 국방장관이나 파월 합참의장이 말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쓰여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그 문서에 미국이 집단안보 개념을 버린다든지 우방의 집단안보 참여의 권유를 줄인다는 해석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역사엔 아직 한번도 1개국이 세계를 제패한 기록이 없다. 스페인 제국의 패권사는 대서양 일부 지역에 국한돼 있었다. 로마제국은 지중해가 무대였을 뿐이다. 해가 질줄 모르는 영국 역시 대서양 문화권의 범위를 약간 벗어났을 정도였다. 물론 중국의 제패는 동양에 국한됐었다.
소련의 붕괴가 과연 미국의 승리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측이 많다.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바로 소련의 붕괴가 미국의 승리가 될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으며 닉슨 전 대통령도 이것이 미국의 승리는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 미 대통령은 『우리가 이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국방부 방어기획 지침서도 부시 행정부의 냉전승리 개념의 확인 또는 그 지속책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미 의회가 12일 상원 청문회에서 이 승리개념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그리고 세계가 이를 앞으로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가 역사의 주목거리가 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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