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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주권 침해아니냐” 신경전/환은·조흥 본점 미,세무조사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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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주권 침해아니냐” 신경전/환은·조흥 본점 미,세무조사 요구

입력
1992.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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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땐 선례남겨 공세강화 우려/모든 현지기업·은행 세무조사 방침/불허때 무더기 보복과세… “진퇴양난”미 국세청(IRS)이 국내 시중은행의 본점에 대해 세무조사를 직접 실시하겠다고 우리정부측에 요구,한미 양국간에 때아닌 「조세마찰」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11일 재무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외환·조흥은행 등 2개 국내 시중은행의 미국현지법인과 지점에 대해 지난 90년 10월부터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는 미 국세청이 자료보완을 이유로 이들 두 은행의 한국본점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직접 실시하겠다고 지난해말 우리정부에 요청해온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와 관련,레지나 디너한 IRS 국제조세국장(여)이 지난달 28일 방한,국세청을 방문,미 정부의 이같은 입장을 거듭 강조하며 우리정부에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미측의 요구를 원칙적으로 거부,IRS가 보완조사내용을 제시해주면 대신 조사하여 통보해 줄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IRS는 그러나 우리나라 국세청의 대신조사에 대한 신뢰성문제를 제기하며 직접조사를 허용해 주지 않을 경우 미 세법상의 추계과세원칙에 의해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추계과세란 객관적인 과세근거없이 미 국세청이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세금을 중과하는 것으로 일종의 「보복세금」이라 할 수 있다.

국내기업에 대한 외국 국세청의 직접적인 세무조사요구는 유례가 없는 사상초유의 일인데다 자칫 잘못하면 조세주권침해 시비를 야기,외교분쟁으로 비화될 수도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미 양국의 국세청은 지난 90년 7월 세무공무원 파견조사약정을 체결,제도적으로는 상대방 국가의 기업에 대한 방문조사가 가능하기는 하나 이것이 남용될 경우 조세주권 침해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미 국세청은 특히 미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한 세무조사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어서 한미간의 세금분쟁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 국세청은 이미 대우그룹의 현지법인인 대우아메리카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5천여만달러(약 3백84억원)의 엄청난 세금을 부과한 바 있다. 대우측은 이에 불복,법원에 소송을 제기해놓고 있지만 판결결과에 대한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

미 국세청은 대우에 이어 현대 럭키금성 등 국내 주요그룹의 현지법인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상업·제일·한일·서울신탁·신한은행 등 5개 시중은행과 산은·기은 등 2개 국책은행의 현지법인이나 지점 등 미국에 진출해 있는 모든 한국계 은행에 대해서도 조만간 세무조사에 착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외환·조흥은행 본점에 대한 미 국세청의 직접적인 세무조사가 한번 허용될 경우 이것이 선례가 되어 미국진출 국내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한 미 세정당국의 세금공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직접조사요구를 원천적으로 거부할 때의 경제적 타격도 심각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미 국세청이 자료보완 비협조를 이유로 무더기로 추계과세조치를 취할 경우 대우 아메리카처럼 수백억원씩의 막대한 세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와 관련 금융기관(기업)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도 바로 이점이다.

이와 관련,미 진출 국내기업 대표들은 지난달 25일 현홍주 주미대사 주재로 뉴욕에서 IRS의 세무조사 강화방침에 따른 대응책을 협의,정부차원의 대책강구를 요청하기도 했다. IRS는 미 현지법인의 과도한 경비부담 등 주로 본지점간의 이전거래가격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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