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흠집” 간부진이 취소 논란/“공정성에 문제”“지나친 자기검열” 맞서【런던=원인성특파원】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를 앞세워 정부여당과 여러차례 마찰을 일으켰던 영국의 BBC방송이 이번에는 정부에 불리한 내용을 담은 기획물을 제작했다가 간부진에 의해 방영이 취소돼 논란을 빚고 있다.
문제가 된 프로그램은 매주 월요일 방영되는 「파노라마」로 주요한 사회적 이슈를 추적 분석하는 기획물인데 이번주에는 대처 전 총리시대의 보수당경제정책을 다루기로 돼있었다. 취재팀은 80년대의 「경제기적」이 실제로 일어난 것인지,2차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불황이라고 불리는 요즘의 경제침체가 보수당정권의 정책실패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추적한 끝에 대처시절의 경제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결론을 내렸다. 3주에 걸쳐 제작된 이 프로그램은 방영의 사흘 앞둔 지난 6일 BBC의 고위제작간부가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며 취소시키는 바람에 부랴부랴 토론프로그램으로 대체됐다.
방영이 취소되자 BBC기자들은 총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정부로부터 편파적인 프로그램이라고 비난을 받을 것을 우려한 간부들이 민감한 문제로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생각때문에 방영을 취소했다고 항의했다. 이들은 또 이 프로그램이 정치적으로도 전혀 균형감각을 잃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간부들이 지나치게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BBC 대변인은 외부압력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하고 방영을 앞둔 프로그램이 내부적인 논란때문에 취소된 적이 여러번 있다며 논란의 확산을 막으려 애썼다. 그는 또 현재 시점에서 과거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것보다는 앞으로의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파노라마」를 대신해 방영될 토론프로그램은 이러한 점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의 신문들은 방영직전의 프로그램이 자체적인 판단에 의해 취소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BBC대변인의 해명에 회의를 표시했다. 신문들은 특히 BBC가 최근 두달새 노인복지문제와 석탄산업정책에 관한 프로그램으로 잇달아 정부와 갈등을 빚어온 만큼 또다시 편파보도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방영취소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이들은 보수당의 전 재무장관등 각료들 조차 다른 프로그램에서 이미 대처시절의 경제정책에 어느정도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한 마당에 BBC간부가 이 프로그램을 문제삼은 것은 아이로니컬하다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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