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등 저부가산업이 대부분/제조·수출업체서 만연이 문제기업이 무더기로 쓰러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주로 중소 수출기업에만 일어나던 부도가 이제는 내수업체는 물론 상장기업·대기업까지 업종·지역에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대량 발생하고 있다.
금융결제원의 12일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하루평균 18개,한달에 5백14개씩 총 6천여개의 기업이 쓰러졌다. 사상최악이다.
대부분의 중소기업가들은 자금·판매 모두 신통치 않은 전통적인 춘궁기에 선거 열풍까지 겹친 이번 봄을 과연 별탈없이 넘길 수 있을는지 걱정이 태산이다.
하지만 이같은 기업도산 사태의 원인과 처방에 대해선 논란만 분분할 뿐이다. 거품경제가 가시는 당연한 현상이니,산업구조 조정과정의 불가피한 귀결이니,자금난 때문이니등 말만 많지 누구하나 책임지고 나서서 문제를 풀어나가려 하지 않는다. 민의를 대변해야할 총선거 유세장에서 조차 기업도산은 거론도 되지않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부도의 원인으로 가장 자주 거론되는 것은 자금난. 당국이 인플레 진정 등 경제안정을 위해 실물경제 덩치에 비해 너무 적은 돈을 풀고 있어 기업들이 높은 금융비용 부담에 시달리고 있고 이를 버티지 못하는 기업은 부도를 내고만다는 논리다.
지난해말 재계일각에서 대두된 이 「돈 부족론」은 올들어 「통화증발론」으로 이어져 당국의 「안정론」과 일대 대결을 벌인바 있다.
지난해에 특히 자금난이 심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부도의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원인은 딴곳에 있다는게 중론이다.
지난해 11월을 고비로 시중실세금리가 고금리상태에서 벗어나 최근까지 수년래의 최저수준에 맴돌고 있고 이에따라 웬만한 기업들은 자금난은 커녕 여유돈이 생기는 판인데도 기업부도가 줄지않는 것은 이를 반증해주고 있다.
최근의 기업부도 사태에 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산업구조 조정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한계기업들의 도태현상이라고 풀이한다.
80년대말 공전의 호황을 구가했던 저임금·노동집약적 저부가가치형 산업이 더이상 적응을 못하고 쓰러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89년을 고비로 국내경기가 후퇴기로 들어선데다 선진국 경제도 바닥권에 진입,구조조정의 진통이 예상보다 심각하게 표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부도기업은 6천여개지만 신설법인은 2배가 넘는 1만2천여개로 구조조정이 얼마나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은이 지난해 11월 작성한 「최근의 기업부도 실태조사」라는 보고서를 봐도 기업부도의 가장 큰 요인은 판매부진이다.
높은 임금상승으로 단위노동비용이 급증한데다 품질개선 및 기술개발투자도 미흡,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고 유통시장 개방으로 내수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해 부도를 내는 기업이 많은 것이다.
이른바 사양산업인 섬유·신발·가죽 업종 및 기술개발에서 뒤진 전자기기 업종에서 부도가 빈발한 것은 곧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의 도태를 의미한다.
기업부도의 다른 요인으론 과잉시설투자 및 무리한 다각화투자 등 경영자의 자질부족,인력난 및 노사분규에 따른 생산차질 등도 꼽혔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기업부도사태가 도소매 서비스 보다는 제조업에서,내수 보다는 수출업체에서,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집중돼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우 경제연구소 이한구소장은 『80년대말이후 거품경제가 가라앉는 과정에서 막상 꺼져야할 서비스분야는 되살아나고 제조업 분야만 타격을 입고 있는 양상』이라며 이같은 중소 수출 제조업체의 부도가 만성화돼 우리경제의 고질병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소장은 제조업에 대한 보다 과감하고 혁신적인 자금 세제 행정상의 지원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하고 소비성 서비스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무엇보다도 기업인들 스스로의 자기혁신과 신기술,신시장 개척만이 기업도산을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이백규기자>이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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