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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소문의 벽」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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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소문의 벽」 넘을까

입력
1992.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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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병기피·성추문등 언론의 집중표적 예상/새비전제시·정직성입증 여부에 성패 달려미 대통령 선거후보 지명전의 향방을 가름할 슈퍼화요일 예비선거에서 빌 클린턴 아칸소주지사가 다른 민주당후보를 누르고 압승을 거둠으로써 민주당의 강력한 대권주자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분석가들은 물론 민주당 지도자들도 그동안 온갖 구설수에 올랐던 클린턴 후보가 선두주자로 부각될수록 오는 11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현 대통령인 조지 부시 공화당후보를 누를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클린턴 후보는 10일 예선과 코커스(주 당대회)가 치러진 11개주 가운데 폴 송거스후보의 아성인 매사추세츠와 로드아일랜드 예비선거 및 델라웨어주 당대회서만 뒤졌을뿐 여타 지역에서 66∼75%의 우세를 보임으로써 그의 표현대로 「슈퍼화요일은 클린턴의 슈퍼화요일」이 됐다.

선거분석가들은 송거스가 17일 일리노이와 미시간주 등 중서부지방에서도 패배하게 되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는 사실상 클린턴으로 굳어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카바레 여가수와의 섹스스캔들과 월남전 병역기피 혐의로 단단히 홍역을 치른 클린턴의 향후 대권가도에서 최대의 장애물은 물론 사생활의 깨끗함과 정직성을 유권자들에게 입증시키는 일.

클린턴은 뉴스위크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공화를 통틀어 정직성 면에서 부정적인 점수를 받은 유일한 후보로 나타났다.

그는 아칸소주지사 시절의 「뺀돌이윌리」라는 별명에서 보듯 탁월한 재능과 리더십에도 불구하고 너무 매끄러워 전적으로 신뢰를 보낼 수 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섹스스캔들과 징병기피의 혹외에도 그는 주지사 시절 중산층에 대한 감세를 주장하면서도 일련의 세율인상을 지지했다. 또 자신을 열렬한 환경론자라고 내세우지만 전국적인 조사에 따르면 아칸소 환경수준은 낮은 편이다.

클린턴은 한때 부시 대통령에 맞설 유일한 민주당후보로 거론됐던 마리오 쿠오모 뉴욕주지사에게 욕설을 퍼부은 사실이 드러나자 사과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슈퍼화요일 선거에서 드러났듯 아직도 흑인이나 히스패닉계를 포함한 중하층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

또한 「유들 유들한」 성격답게 범인종적 정치가로서 경력을 자랑하며 백악관을 차지한 마지막 민주당 대통령이었던 지미 카터처럼 흑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클린턴의 지구력과 추진력 또한 의심의 여지가 없다. 외도와 병역기피를 물고 늘어지는 언론의 집중포화에 마음약한 후보라면 벌써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그는 민주당후보 가운데 가장 「강력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내에서는 『누가 지명을 받더라도 최근 지지도에서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부시를 꺾을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클린턴을 대신할 새로운 대권주자가 나타나주길 바라는 눈치 또한 역력하다.

한 유권자는 『애시당초 마리오 쿠오모 뉴욕주지사를 염두에 두었으나 그가 출마하지않아 송거스를 지지했다』며 『일주일에 한건씩 소문이 터져나오는 사람을 어떻게 유권자가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당 지도부도 좌불안석이다. 그들의 불안은 『만일 클린턴이 후보지명을 받게되면 공화당측이 그의 추악한 전력을 땅콩껍질 벗기듯 하게 될 것』이라는 로버트 케리의원의 장담과 맥을 같이한다.

공화당 간부들은 내심 「스캔들 잘날없는」 클린턴이 후보지명전에서 승리하길 바라는 눈치다.

그들이 보기에는 유권자의 80%가 클린턴의 부정을 너그럽게 눈감아 주더라도 그는 결국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클린턴은 최근의 한 인터뷰에서 『인격테스트를 받는다는 것은 일종의 시련이다. 중요한 것은 무슨 일이 일어나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라며 자신만만해 했다.

그의 앞날에는 더 어려운 인격테스트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구설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할수는 없다. 또다른 추문이 더 터져 나오면 치명적이다. 그는 민주당 지명자로 자리를 굳혀 갈수록 자주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게 돼있다.

부시가 경제침체 때문에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여섯번 선거서 다섯번 패한 민주당은 「확실한 후보」를 내세워야할 입장이다.

미국의 유권자들이 미경제를 회복시키고 공약이 안통하는 시대를 이끌 새 대통령감으로 정직성과 추진력을 바랄수록 클린턴에 대한 시험도 거세질 전망이다.<조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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