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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돈줄(정경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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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돈줄(정경희칼럼)

입력
1992.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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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인기있는 후보자라도 텔레비전 광고료나 여비 그리고 참모진의 월급을 줄 돈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은 뉴욕타임스의 말이다. 미국의 선거는 그처럼 돈으로 결판난다.맥스 캠플먼에 의하면 선거전이 치열한 구역에서는 선거운동비의 약 절반이 텔레비전 광고료로 나간다. 캠플먼은 한때 핵 군축협상의 미국 대표로 활동한 사람이다. 그는 미국 선거의 돈문제를 해결하자면 모든 텔레비전에 후보자의 무료광고를 의무화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과 비슷한 돈잔치라지만,그러나 미국의 돈잔치는 유리알처럼 돈의 흐름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이 다르다. 돈줄의 큰손은 전국에 조직돼 있는 「정치행동위원회」들이다. 세무당국이나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되고 공개돼서 유리알처럼 돈의 흐름이 밝혀진다.

지난 88년의 경우 미국 하원의 초선의원은 평균 11만6천달러,요즈음 환율로 9천만원 꼴을 썼다. 재선 이상은 평균 38만8천달러,그러니까 3억원쯤 썼다. 「10당5락」은 커녕,「20당10락」이라는 한국 선거의 어이없는 현실과 비교할만 하다. 20당 10락이란 20억을 써야 당선되고,10억이면 떨어진다는 얘기다.

그나마 그 엄청난 돈줄의 내막이 한국에서는 장막속의 복마전이나 같다. 개발제한 지역을 택지로 바꾸는 요술을 부려 떼돈을 캐려던 소위 「수서택지사건」이 아마도 정치자금 이라는 빙산의 일각을 드러낸 것이 아니었을까 짐작할 뿐이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별볼일 없던 사람이 5공화국때 권력의 핵심에 끼이더니,무슨 돈이 많아 미국에 왔다 갔다 하면서 정치복귀를 하겠다고 뛰는 것도 수수께끼다.

재벌이 기업에서 번 돈을 풀어 정당을 만들고,공천자들에게 몇천만원의 돈과 승용차와 미니버스를 대주고 있다는 얘기도 한국판 수수께끼다.

물론 야당이 전국구를 팔아 정치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지극히 한국적인 수수께끼다. 그렇다고 정치자금 이라면 권력주변에 몰리게 마련인 한국판 「정·경 유착」에 눈을 감은채 야당의 「전국구 헌금」을 조사하겠다는 검찰의 태도는 야당탄압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나마 민주당이 전국구를 통해 거둔 돈이 2백5억원 이라고 밝힌 것은 한국 정당 사상 돈줄의 내막을 밝힌 첫 예가 아닐까 생각된다.

정치의 돈줄­그 내막은 먼저 집권쪽에서 밝혀야 할 것이다. 「검은 돈」을 정당화 해주는 금융실명제 없이 정직한 정치는 불가능하다. 이 다음 선거는 반드시 깨끗한 돈으로 치르는 선거가 되도록 국민 모두 투표에 앞서 「금융실명제」를 명심해야 한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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