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도 결벽증”… 지성으로 키운다/11년동안 4만마리 공급/세대별 분리 완전무균 유지/“기초과학발달 큰 기여” 자부/실험용 쥐사육사 정기성씨서울대 실험동물사육장에서 일하는 보조기사(6급공무원) 정기성씨(51)는 잡아 없애야할 쥐를 도리어 애지중지 키우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내의 병원,연구소등에 실험용쥐를 키워 공급하는 정씨는 11년동안 4만여마리의 쥐를 키워낸 베테랑 쥐사육사이다. 서울시립대에서 수의학을 공부한 정씨는 65년 졸업한뒤로 동물병원을 개업,운영해 왔으나 늘 임상분야가 적성에 맞지 않아 생계수단 이외에 재미를 느껴보지 못했다. 그러나 75년부터 서울대가 실험용쥐를 자체조달키로 하고 쥐를 체계적으로 관리,사육하기 시작한 것을 알고 자원,81년에 수의사 일을 그만두고 쥐사육사가 됐다.
실험용쥐를 기르는 일은 일반 가축을 키우는 것과는 전혀 다른 어려움이 있다.
현재 정씨의 일터는 서울대 캠퍼스내 관악산기슭 교련장건물 바로밑의 4층 사육장이다.
안에 들어서면 우선 「동물우리」라는 선입견과는 전혀 다른 연구실같은 분위기에 놀라게 된다.
쥐들은 가로 40㎝,높이 30㎝ 정도의 플라스틱통에 한마리씩 들어앉아 있으며 털의 상태 등 외모가 티하나 없을만큼 깨끗하다. 「쥐」라는 징그러운 생각만 빼면 애완동물로 키워도 좋을 정도이다.
사육장내부는 온도,습도 등이 조산아를 넣어 키우는 인큐베이터와 똑같은 조건으로 유지된다.
환경이 깨끗한 만큼 이곳에서 자라는 쥐들도 웬만한 사람이상 깨끗하고 까다롭다.
플라스틱통위에는 링거병에 맑은물을 담아 쥐들이 수시로 빨아먹도록 해야하며 배합사료먹이도 통위 철망에 얹어놓아 쥐들이 갉아먹도록 한다. 바닥에 떨어져 뒹구는 먹이는 절대로 먹지않기 때문이다.
통안 바닥에 깔아놓은 부드러운 톱밥도 적어도 3∼4일에 한번은 반드시 갈아주어야 한다. 쥐들은 똥과 오줌도 한구석 일정한 장소에 가려 누지만 오랫동안 갈아주지 않을 경우 신경이 예민해져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할만큼 「결벽증」이 있다.
이런식으로 정씨가 온정성을 들여 키우고 있는 쥐들은 현재 약 1천마리로 매일 적당한 크기로 자란 놈을 골라 병원과 연구소로 보낸다.
실험에 쓰이는 쥐는 일정한 유전인자를 순수하게 보유하고 있어야 하므로 매번 새끼가 태어날때마다 세대별로,특징별로 세밀하게 분리해 사육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들 쥐는 번식효율이 낮더라도 잡종교배가 아닌 근친교배로 번식시킨다.
또 어떠한 잡균에도 감염되지 않도록 해 균에 대한 면역항체가 전혀없는 완벽한 무공해상태를 유지해야 정확한 연구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곳 쥐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흰색쥐는 유전학관련 연구실험에 주로 사용되고 회색과 검은색 쥐는 특정병균을 주사하는 방법 등에 의해 면역학연구감으로 사용된다.
따라서 쥐사육사는 단순한 사육기능이상의 생물학적,유전적,또는 의학적 지식이 있어야한다.
정씨는 이러한 특수한 「기술」을 배우기 위해 81년에는 일본연수도 다녀왔다.
그러나 잘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껏 쥐먹이나 주는 단순기능인 정도로 취급할때는 화가 난다. 그래서 정씨는 외국처럼 국가공인의 「실험동물사육사」제도가 하루속히 도입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사육사는 정씨를 포함해 고작 4명. 이들이 1천마리를 관리하고 번식시키느라 눈코 뜰 사이가 없다. 한배에서 10마리 내외로 태어난 새끼는 또 3주일이면 새끼를 낳을만큼 커지므로 이들을 세대별로 분리해놓고 관리하는 일만 해도 보통일이 아니다.
공급한 쥐가 『유전적 순도가 높고 병균에 감염되지 않아 좋은 실험결과를 얻었다』는 교수·대학원생들의 격려를 들으면 자신의 기술이 과학발달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함께 모든 피로가 깨끗이 풀린다.
오랜 쥐사육으로 쥐들의 습성은 물론 몸짓이나 눈색깔만 보아도 건강상태를 한눈에 알아보는 정씨는 『아직도 외국에 비해 시설·장비의 부족으로 순도높은 실험용 쥐생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양질의 쥐생산이 기초과학발달에 필수적인데도 다른 연구분야에 비해 계속 투자순위가 밀리는 인식부족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이은호기자>이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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