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14대 총선 후보등록 마감일에 이뤄진 이학봉·박재규의원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확정 판결은 자꾸만 불필요하게 여러가지를 연상케 한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적용에 예외가 없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하필이면 선거기간중에,그것도 후보등록 마감일에 후보등록을 한 정치인에게 정치적 사형이나 다름없는 피선거권 박탈이 이뤄졌느냐하는 점이다.그리고 며칠전에 이뤄진 이태섭 이원배 오용운 김동주의원 등 수서사건 관련 의원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때 제기되었던 비슷한 의구심이 되살아난다. 이와함께 동해재선거 매수사건의 관련인이 아무 제약없이 열심히 표밭을 누비고 있다는 사실과 너무나 큰 대칭을 이루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판결 내용에 대해서는 절대로 왈가왈부할 수 없겠지만 법적용의 형평성이나 재판날짜 선택의 시기적 적절성에 대해서는 이의 제기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대목이다.
사법과 정치는 전혀 상관성이 없어야 하는 상호독립의 분야인데도 불구하고 간혹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던게 우리의 현실이기도 했다. 6공의 사법부가 자신들이 되풀이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과거의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고 있다는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좀더 많은 대목을 고려했어야 했지않나 싶다.
지금 정치권은 「민의의 축제」라는 선거기간이다. 그리고 후보자들에 대한 가장 확실한 판결은 형식논리이긴 하지만 유권자들의 심판이다. 사법부가 민의의 판결을 앞두고 후보자의 피선거권을 빼앗아 심판 받을 기회자체를 원천봉쇄해 버리는 것은 무리한 결정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재판을 미리해 후보자가 민의의 법정에 서지 않도록 하거나 이왕 법정에 선 후보라면 심판의 결과를 지켜본뒤 법적 절차를 밟아도 늦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 않길 바라지만 재판의 시기선택에 정치적 이유가 작용했다면 이는 중대한 사법권 독립의 침해가 될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사법부의 재판운용에 있어서 주변상황을 고려할줄 아는 신축성이 몹시도 아쉽다.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라는 사법부의 결정을 둘러싸고 여러 얘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유감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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