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세다대/무단통치·창씨개명 등 수탈정책 물어/지바대/재일 한국인·82년 교과서 파동 등 다뤄【동경=문창제특파원】 일본의 명문사학 게이오(경응)대학이 올해 입시에서 일제의 한반도침략에 관한 문제를 처음으로 출제(본보 7일자 조간 23면)해 한일 양국의 학계와 교육계에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킨데 이어 와세다(조도전)대학과 국립지바(천엽) 대학에서도 일제의 한반도 식민통치와 재일 한국인 문제를 다룬 입시문제가 잇달아 출제돼 반향을 증폭시키고 있다.
게이오대보다 8일 늦게 지난달 24일 실시된 와세다 대학교육학부 일본사 시험의 제5문항은 일제초기의 식민지 수탈정책과 관련된 것 등 3개의 지문을 제시하고 토지조사사업 창씨개명 등을 묻는 11개의 설문으로 구성됐다.
지문A는 1910년 한국 병탄이후 일제가 동양척식회사를 만들어 7백만 정보의 토지를 수탈한 내용이며,지문B는 3·1독립운동에서 한국인 7만5천여명이 사망한 사실과 1923년 관동지진때 일본 군·경과 민간인이 한국인 6천명을 학살한 사실을 다룬 것이다.
또 지문C는 1939년 이후 일제가 「모집」 「관알선」 등의 형식으로 많은 한국인을 강제연행한 사실과 창씨개명에 관한 내용이다.
문제는 이 지문의 몇개 부분에 밑줄을 긋거나 빈칸을 두어 특정사항을 묻고 있다. 첫 문제는 일제의 무단정치를 물은 것이며 두번째는 토지수탈의 수단으로 실시됐던 토지조사사업,3번째는 동양척식 주식회사를 빈칸안에 써넣도록 돼있다. 또 일본의 고대예술이 조선의 은혜를 입었다는 조선문화 애호론의 일부를 소개하고 필자(유종열)를 묻는 문제도 출제했다.
한편 2월20일의 지바대 사학과 일본사 시험에는 「동경재판에서 전후책임으로」라는 단행본(대소보소저)중 7행의 지문을 인용한 뒤 「재일한국·조선인」 부분에 밑줄을 치고 『이는 어떤 문제인지,역사적 배경을 중심으로 4백자 이내로 쓰라』는 서술형 주관식 문제가 나왔다.
특히 이 문제는 『82년 역사교과서 파동때 한국과 중국이 이의를 제기,일본정부가 시정을 약속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지문은 일본 중고교의 한반도 식민지배에 대한 역사교육 소홀을 지적한 뒤 『재일 한국·조선인 문제,아이누 등의 문제에서는 더욱 심해 시험과 관계없다고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올해 대입시에서 일본의 양대 사립대학과 국립대학이 전에 볼 수 없었던 솔직한 근현대사 문제를 출제한데 대해 익명을 요구한 역사교육 관계자는 쇼와(소화)일왕 사망이후 근대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라고 분석하고 『내년에는 더 많은 대학에서 비슷한 문제가 출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고교에서는 어려운 문제,좋지않은 문제라는 반응이 일고 있으나 후세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교사그룹은 찬성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입시철이 끝나면 문제집이 발행될 것이므로 게이오 와세다대학 지원자는 물론 국·공립대학 지원학생들도 한반도 식민사를 공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젊은이들이 이웃 나라와의 과거사를 올바로 아는 것은 관계개선을 위해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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