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속에 「선심공약」 남발 조짐/민자/긴축 외치며 대규모 투자 “들먹”/민주/여신관리제 폐지 「사약」성까지/국민『주부님들 정말 힘드시죠』(민자) 『견제세력이 강해야 물가도 안정됩니다』(민주) 『6공 4년은 우리의 희망과 꿈을 빼앗아 갔습니다』(국민) 14대 총선은 역대선거와는 달리 여야 각 정당이 치열한 정책광고 공방전을 전개,눈길을 끌고있다. 이 가운데는 특히 민생과 직결되는 경제정책 공약들이 대거 제시돼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는 것이 상당수 국민들의 평가다.
흔히 각 정당들이 내세우는 경제관련 공약들은 확실한 실천방안이나 구체적 대안제시없이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자극하는데만 초점을 맞추기 쉽다.
이번 총선에서도 여당인 민자당은 현재까지 대체로 정부가 이미 발표한 7차 경제계획 테두리에 머물고 있어 「수성」의 입장이 두드러진다. 반면 야당은 경제현실의 어두운 구석들을 마구 들쑤셔 집권세력의 「실정」을 공박하고 있지만 세부공약의 실현가능성에 관해선 한결 책임을 덜 느끼게 마련.
신생 국민당의 정책광고에 대해 여론의 대체적 반응은 『파격적 제안』 『터무니없는 선동』으로 크게 엇갈린다.
그러나 첫 광고가 나왔을때 곁눈도 주지않던 민자·민주 등 기성정당이 잇단 관심집중에 놀라 뒤늦게 광고 공방대열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국민당은 적잖은 성과를 올린 셈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민자당의 경제공약은 대부분 『국제수지 흑자 조속한 회복』 『금융실명제 단계실시』 등 다소 애매한 표현법을 채택했다.
집권당으로선 일반국민들 구미에 맞게 딱부러지는 공약을 제시하기 어려운 책임 부담이 따르는데다 정책수행을 떠맡는 정부당국의 견제도 감안치 않을 수 없기 때문. 따라서 경제부처 일각에선 『여당은 「무공약」이 최선의 공약이며 경제안정이 긴요한 현실에선 더욱 그렇다』는 의견을 펴고 있다.
그러나 민자당의 이같은 신중함이 선거막판까지 계속될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총선판세가 심상치않게 바뀔경우 수백가지 「공약」을 마구 남발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대통령이 초도순시를 통해 동서고속전철·경춘철도 복선화 등 무리한 사업검토를 밝히는 데서도 이같은 조짐을 엿볼 수 있다.
○…민주당 공약은 경제전문가를 영입키 어려운 현실탓인지 공약내용 상호간에 상반되는 논리가 뒤섞여 일관성이 적다는 평가다. 경부고속전철 건설은 중단하라면서 제2 경부고속도로와 서울대전 복복선철도 부설을 동시에 제안한 것은 어느쪽이 실제 더 비싸게 먹힐지 냉정한 검토가 부족한 느낌.
또 긴축예산을 강조한 반면 제2 경인·서해안 고속도의 조기완공,영동고속도 4차선 확정을 거론한 것은 투자재원 염출방안보다 지역적 배려를 앞세운 구상으로 오해받을 우려가 있다.
○…국민당은 재벌총수가 이끄는 정당답게 경제문제 접근방법이 기존 정당과 색다른 점이 우선 눈길을 끈다.
아파트를 반값에 공급하겠다느니 금리를 대폭 낮춰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인다는 등 일단 귀가 솔깃해지는 얘기를 던지는 성공했다는 평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돈을 풀면 물가잡기가 어렵다는 기초 상식을 뒤집는 호언일뿐』이라고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여신관리제나 정부사업 입찰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에 대해 「국민당=현대」로 보는 시각에선 공약이 아니라 현대그룹에 가장 큰 혜택을 안기는 「사약」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채권입찰제를 없애고 그린벨트를 풀어 아파트를 반값에 공급한다는 발상도 국토균형개발이나 건자재수급 등을 외면,건설업계 입장만 부각시킨 측면이 크다는 것.<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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