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 실시될 14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전국 2백37개 선거구에서 1천2백여명의 후보들이 뛰고 있다. 그들은 앞으로 14일간 열전을 거쳐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된다.그러나 「열전」이니 「심판」이니 하는 말이 무색할만큼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지역에 따라 돈공세등으로 비정상적인 열기가 일어나는 곳은 있지만,정책이나 인물 됨됨이를 놓고 열전다운 열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일보가 미디어 리서치에 의뢰하여 전국의 유권자 7백명을 상대로 실시했던 전화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 선거에 투표하겠다는 사람은 67%에 불과하고,자기지역에 어떤사람이 출마할지 아는 비율은 여당후보 48% 야당후보 41.4% 뿐이었다. 후보선택기준은 지역사회기여도 39.3%,인물 됨됨이 33.1%,소속정당 10.3%의 순이었다.
우리의 정치현실에서 후보선택의 기준이 인물본위가 바람직한가,정당본위가 바람직 한가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말하기 어렵다. 우수한 인재를 상대적으로 많이 확보하고 있는 여당을 보더라도 그 인재들이 정치발전에 기여하기 보다 거수기 노릇이나 하고있고,야당의원들 역시 당수의 충실한 추종자 노릇을 하고 있으니 인물본위의 선택이 결과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각 정당들이 뚜렷한 정책의 차이나 대변하는 계층 차이를 부각시키지 못하는 현실에서 정당위주로 투표를 한다는 것도 쉽지않은 선택이다. 어떤 정당도 마음에 안든다는 유권자가 많은 현실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인물이냐,정당이냐 라는 논란중 어느 한쪽을 지지하기에는 우리의 정치현실이 쓸데없이 복잡하고 어떤점에서는 수준미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유권자들로서는 우선 인물본위로 후보를 고르기위해 열심히 자기지역후보들에 대해 알아보고,인물이 비슷비슷하거나 정보가 부족해 잘 알 수 없을때는 정당위주로 투표할 수 밖에 없다.
각 정당들의 정책을 잘 살펴보면 나름대로 특색을 가지고 있으며,오늘의 정치현실에서 그 정당의 존재가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이번 총선에서 어떤 정당이 득표를 많이 하느냐에 따라 우리 정치의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어떤 경우에든 기권은 하지말아야 한다. 유권자들이 정치에 혐오감을 느끼고 정치적 허무주의에 빠지게된 배경에는 정치인들의 잘못이 크지만,그렇다고 해서 기권하겠다는 것은 국민으로서의 직무유기다.
인물이냐,정당이냐. 이제 유권자들은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자존심을 걸고 냉정하게 저울질을 시작해야 한다.<편집국 국차장>편집국>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