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보혁투쟁 표면화… 막바지 공방/군부지지 업고 급진개혁파 대세 장악/보수파 권력기반 아직 광범… 저항계속/금년말 개최 14차 당대회등 통해 판세 드러날듯【홍콩=유주석특파원】 중국의 보혁간 세력투쟁이 개혁파 대세장악의 판세속에 막바지 공방전의 양상을 띠며 다시 표면화되었다.
오는 3월 하순의 전인대와 금년 제4분기중 소집될 14차 전당대회를 앞두고 향후 5년간 당을 이끌 새지도부 구성을 둘러싼 보혁간 세력투쟁은 널리 예상돼왔으나 최근의 양상은 가히 폭발적이며 그만큼 내외의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6일 명보는 올들어 노골화된 보혁투쟁의 직접 발단이 당중앙 고문위의 보수원로들이 등소평에게 정면 도전하고 나섰기 때문이었다고 전하고 있다.
즉 중고위의 보수원로 10여명이 금년 1월초 연기명의 공식서한을 당중앙위에 발송,「경제특구들이 자본주의를 하고 있으며 이에따라 중국을 평화적 변혁(화평연변)으로 몰고 가려는 서방측 음모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경제특구의 전면 폐지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등소평은 이 서한을 접하고 격노,바로 심천,주해특구 등 광동성 순시에 나섰으며 순시 기간중 일련의 중요담화를 발표하고 그 내용을 요약한 이른바 「남순강화」의 관영언론을 통한 대대적 선전과 함께 보수세력에 대한 최후 공격을 펴기 시작한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하고 있다.
등소평은 광동 도착전 1월18일 호북성 무창에서 현지 당지도자들에게 첫 연설을 행한뒤 이례적으로 그 내용을 당총서기 강택민과 총리 이붕에게 「전달」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창 연설을 포함,7천여자로 요약된 「남순강화」는 1개 중심(경제건설),2개 기본점(개혁개방및 4항 원칙의 견지)에 관한 소위 「등소평 노선」을 향후 1백년 지속돼야할 당 기본노선으로 강조하고 보다 대담한 개혁개방의 추진을 역설,현실을 외면하는 형식주의를 통렬히 비판하는 내용이다.
그 내용만으로 보면 작년 구정띠 상해 체류중의 「상해담화」와 거의 다름이 없다. 다만 당시만해도 보수세력이 완전 장악하고 있던 당선전 계통이 이를 외면하고 오히려 인민일보 등 주요 관영언론의 비판까지 잇달았다. 지난 9월 인민일보의 「모든 개혁정책은 그것이 사회주의의 것인지 자본주의의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사설은 등소평에 대한 보수파 공격의 결정이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사설은 등소평이 지난 90년말 7중전회때 행한 『계획경제만이 꼭 사회주의는 아니며 시장경제라고해서 모두 자본주이라고 보아서는 안된다』는 이른바 「신묘론」을 정면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었다. 작년말이후 등소평의 직접 개입과 함께 대세는 89년 6·4 천안문사건 2년여만에 개혁파 우세의 국면으로 반전되었으나 8중전회가 널리 예상돼온 정치국 등 지도부 일부 개편을 못한채 넘어가는 등 보수세력의 당내 권력기반은 아직 광범하고 뿌리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근 「등선풍」,특히 그의 광동성 연설내용이 중앙문건의 형식으로 채택,하달되고 있는 배경에는 이에앞서 등소평이 군부의 전폭적인 지지와 충성을 다시 최종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명보는 전하고 있다. 측근인 군부원로 양상곤과 당중앙군사위 비서장 양백빙은 작년 9월말 이례적으로 광동성 광주에서 전군정치공작회의를 주재,등소평 지지의 확고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 이 회의는 구 소련의 군부정변의 영향과 대처방안을 토의하면서도 「반화평연변」 대책을 회의의제에 포함시키지 않음으로서 군부의 등소평에 대한 충성태도를 돌출부각 시켰던 회의로 평가되고 있다.
등소평의 광동행을 계기로 불어닥친 「등선풍」속에 보수파의 보루로 꼽혀오던 당기관지 인민일보가 과거 조자양의 사회주의 초급단계론과 자본주의 유용론을 펴는 등 개혁파 대세장악의 분위기가 최근 두드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일자 인민일보가 「뇌봉을 배우자」는 논설로 60년대 모택동시대 이래의 해묵은 프롤레타리아 모범전사 학습운동을 다시 주장하는 등 당내 좌파의 반발과 저항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는 등소평이 최근 광동순시에서 다시 언급한 「사상해방」과는 정면 배치되는 움직임으로 보혁간 이념투쟁이 계속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당내 이념투쟁과 함께 당면 경제정책을 놓고 연간 6∼7%선의 안정성장을 주장하는 국무원의 경제정책 관계자들은 10% 이상 두자리수의 고도성장을 주장하는 급진 개혁파의 요구에 저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오는 3월 하순의 전인대때 이붕총리가 행할 정부업무 보고의 내용이 금년과 내년 경제성장 목표를 어떻게 잡느냐는 큰 관심사가 되어있다. 지난 87년의 13차 전당대회때 결의됐던 정치개혁의 재언급 여부와 함께 보혁세력 다같이 총론에는 합의하고 있으면서도 계속 논쟁거리로 삼고 있는 개혁의 「속도」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년말 14차 당대회를 통해 구성될 새지도부 선출의 판도도 이번 등소평의 직접개입에 따라 표면화된 보혁투쟁으로 대강의 결말이 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보수파 대량 숙청설 등은 아직은 이런 정황속에서 나도는 추측보도의 성격이 더 강하며 14차당대회 이전 마지막 9중전회의 개최 등 보혁간 세력투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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