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기밀보호 법적장치 시급/보상받으려면 민사소송 내야「인조피혁제조업체인 K실업은 최근 3년 동안 10억원을 들여 특수인조피혁 제조장비개발에 성공했다. 이를 안 경쟁업체의 P상무는 이 회사의 기능공인 L씨와 공모,L씨가 휴일 숙직근무를 하는날 L씨의 형님으로 가장,회사로 잠입해 제조장비를 사진촬영해 비밀을 빼냈다」 마치 007영화의 첩보작전과 같은 이 사건은 외국이 아닌 바로 최근 의정부의 한 공단에서 발생한 「산업스파이전」의 전모다.
K실업은 나중에 회사기밀이 새어나간 것을 알고 P상무와 L씨를 각각 주거침입 및 주거침입방조죄로 고발했으나 P상무는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고 L씨만 주거침입방조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각 기업들간에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짐에 따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타회사의 기밀을 빼내려는 사례가 최근 늘고있어 각 기업체들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른바 「영업비밀」에 속하는 내용들은 제조기술,설계도,연구리포트,판매매뉴얼,가격리스트,원재료 구입처,사업계획서,고객명부,공장레이아웃,라이선스계약 등 매우 광범위하며 이중 극히 일부분만이 유출돼도 그 회사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예를 들어 S타이어사는 미국의 한 회사와 1천1백만달러의 로열티를 지불키로하고 타이어제조 기술자료를 받았는데 이 회사에서 근무하던 수석연구원이 H타이어사로 전직한 뒤 전 동료에게 이 자료를 빼달라고 부탁한 사건이 있었다.
이로인해 S사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며 비밀을 훔쳐간 두사람은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을 받았다.
K산업의 경우도 20억원을 들여 개발한 첨단분쇄기를 이 회사에 근무하던 대리 Y씨가 도면을 빼내 D산업으로 넘겨준 뒤 기술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K산업은 결국 재판을 통해 D산업을 영업정지처분을 받게 했는데 D산업의 종업원 50여명은 졸지에 회사가 문을 닫는 바람에 실직해야 했다.
대한상의가 최근 5백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영업비밀관리 실태에 따르면 경영상이나 기술상 비밀을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한 업체가 각각 80.5%와 78.3%에 달해 대부분의 기업들이 영업비밀 유출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93%가 앞으로 영업비밀의 중요성이 증대할 것이라고 대답했으며 영업비밀에 대한 법적분쟁을 경험한 업체도 9%나 되는 것으로 밝혀져 영업비밀 보호문제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기밀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별도의 보호대책을 세워놓지 않고있으며 영업기밀을 유출하거나 빼낸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있는 법적인 뒷받침도 취약한 실정. 특허청 등 관련부처들은 지난해 기업의 영업비밀을 보호키위해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에 영업비밀조항을 신설,국회에서 통과됐으나 발효는 올연말에야 가능,현재로선 영업비밀 유출행위를 적발하더라도 기껏 절도죄나 주거침입죄를 적용할 수 있을 뿐이다.
비밀유출에 따른 피해보상을 받으려면 민사소송을 제기해야하는 번거로움도 뒤따른다.
이웃 일본의 경우 지난해 6월 부정경쟁 방지법을 개정해 기업비밀 보호를 명문화시켰으며 미국도 CIA 등이 직접 나서서 기업의 비밀을 보호하는 등 세계 각국이 자국산업의 기밀이 외부로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최대의 노력을 하고있다.
최근 「영업비밀」이란 책을 펴낸 특허청 황의창 조사과장은 『우리업계가 그동안 기업활동을 하면서 별로 비중을 두지않았던 영업비밀 보호문제가 기업경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며 『급속한 기술혁신과 정보화시대에 대비해 국가는 물론 기업차원에서 기업의 영업비밀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장훈기자>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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