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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마약전쟁 선포 2년반… 갈수록 패색(화제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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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마약전쟁 선포 2년반… 갈수록 패색(화제 추적)

입력
1992.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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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관련국과 협조 실패/7개국 2차정상회담 경원 놓고 심각한 이견/최근엔 한국·일본 등 아주서 히로뽕 대량 유입마약밀거래액 수백억달러,중독자 2백만∼6백만명. 미국의 마약실태가 이처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악화돼있어 『미국의 꿈은 마약으로 인해 썩어간다』는 자성이 나오고 있다.

미 정부는 국운을 걸고 마약퇴치에 나서고 있지만 엄청난 수요와 이익,그리고 거대한 범죄조직이 얽힌 「악의 사슬」은 좀처럼 끊어질 기미가 없다.

지난 89년 9월5일 부시 미 대통령은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속에 북남미대륙 전체를 무대로 하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이날 전국에 중계된 TV연설에서 백악관 앞동네에서 구입했다는 코카인봉지를 흔들어 보이면서 마약범죄에 대한 국내 법집행강화 및 콜롬비아,페루,볼리비아 안데스산맥 주변의 코카인 주요생산국에 대한 마약퇴치지원 강화를 골자로 하는 대마약전쟁의 「작전계획」을 발표했다.

부시 행정부는 작전실행 1단계로 같은해 12월20일 파나마를 무력침공해 「마약사범 제1호」로 지목되던 실권자 마누엘 노리에가 장군을 체포,압송했다.

미 행정부는 이어 이듬해인 90년 1월 마약밀매루트 차단을 명분으로 항공모함과 순양함을 콜롬비아 근해에 파견,해상을 봉쇄하는 무력시위를 통해 강력한 대마약 「전투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선전포고후 2년반이 지난 오늘날 미국내에는 부시행정부가 이 전쟁에서 지고 있다는 여론이 팽배해 있다.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리포트등 미 유력시사주간지는 부시행정부가 걸프전과는 달리,이번 마약전쟁에서는 협조당사국인 안데스산맥 주변국가들과의 공조체제를 구축지 못했다는 점을 첫번째 패인으로 꼽고 있다.

이같은 지적은 지난달 미국과 중남미 6개국 정상이 가졌던 「샌 안토니오」 2차 마약정상회담의 결과에서 실증되고 있다.

이번 회담에는 지난 90년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에서 열린 1차회동과는 달리 안데스산맥,3개국외에도 멕시코,베네수엘라,에콰도르까지 참가했다. 이번 회담에서 7개국 정상들은 ▲마약밀매업자의 항공기 운항저지 ▲마약자금의 출처색출 ▲마약관련 정보공유를 주요내용으로하는 「샌 안토니오 선언」을 채택했다.

그러나 미국과 여타국가는 미국측의 마약퇴치를 위한 군사·경제지원 규모를 둘러싸고 심각한 이견을 보였다.

특히 콜롬비아는 미국이 카르타헤나 1차회담에서 제시한 22억달러 상당의 원조액수가 불충분한데다 조건을 달고 있다며 이를 거부할 의사를 비췄다.

이러한 불협화음의 표면상 이유로는 회담 당사자의 교체를 들수 있다.

지난번 카르타헤나 1차회담에 참석했던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과 비르힐리오 바르코 콜롬비아 대통령이 이번 샌 안토니오 회담에서는 알베르트 후지모리 대통령과 케사르 가빌리아 대통령으로 바뀌었다. 이 두 신임 대통령은 전임자에 비해 미국과 연대한 마약소탕작전을 덜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마약문제에 관한 미·중남미공조체제가 균열되고 있는 보다 근원적인 원인은 중남미국가들이 마약문제의 군사적 해결을 원치 않는다는 점으로 풀이될 수 있다.

첨단 하이테크의 군사장비를 동원해 마약조직을 일거에 발본색원하자는 미 국무부의 제안에 대해 중남미정부는 「마약문제를 빌미로한 내정간섭」이라며 심한 저항감을 보이고 있다.

이 배경에는 마약조직의 일망타진이 코카재배로 짭짤한 돈벌이를 하는 수십만명의 자국 농민을 졸지에 알거지로 만들어 결과적으로 반정부 게릴라세력에 가담시키는 결과를 자초할 수 있다는 우려와 현실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농민에게 마약재배를 통해 얻은 수익을 대체할만한 인센티브를 제공,점진적으로 코카인생산을 중지시키는 방법이 합리적이라고 이들 정부는 믿고 있다.

반면에 미국의 일각에서는 중남미국가의 군부 및 관료조직이 부패해 「마약밀매조직과 한통속」이라는 불신감이 팽배해 있다.

이같은 시각은 지난해 6월 중남미 최대의 마약밀매조직 「메데인 카르텔」을 이끌던 「콜롬비아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자수사건을 해석하는 관점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사건직후 미국의 마약전담수사기관인 연방마약국(DEA) 관계자들은 『에스코바르 처단은 물건너 갔다』며 허탈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코바르가 자수하기 수시간전에 콜롬비아 의회는 『콜롬비아 범죄인을 외국에 송환할 수 없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더욱이 뇌물공세와 테러위협에 시달리는 콜롬비아 사법부는 도저히 에스코바르에 대한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없을 것으로 미 DEA측은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로버트 토리첼리 하원의원(뉴저지·민주)은 페루군부를 지칭,『전쟁을 개시하기전에 누구편에 설 것인지 먼저 결정하라』고 비아냥거리며 페루에 대한 군사원조삭감을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 미국내 몇몇지역에선 동남아로부터 밀반입된 헤로인과 한국·일본 등지에서 제조돼 하와이를 통해 유입되는 히로뽕이 급격히 범람,부시 행정부의 사기를 더욱 저하시키고 있다.

미얀마 북동부의 「황금의 삼각지역」에서 생산되는 아편으로 동남아의 밀거래자들은 값싸고 품질이 좋은 「차이나 화이트」란 헤로인을 제조해 뉴욕과 뉴저지 등지에 공급하고 있다.

또한 「아이스」라는 은어로 새로이 명명된 히로뽕은 미 서부해안을 중심으로 급속히 대륙 전체로 번지고 있다.

미국의 언론은 「마약과의 전쟁」에 있어 필승전략의 요체는 공급원의 차단보다는 수요감축에 있다고 지적한다.

사회적 건강성의 회복을 통한 근본적 수요감축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이 전쟁에서 미국의 패색은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김영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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