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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터전 돌려다오”/「서산간척」어민 상경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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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터전 돌려다오”/「서산간척」어민 상경농성

입력
1992.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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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오 11시께 서울 종로구 평동 통일국민당사 앞길에 갯바람에 찌든 모습의 노인 3백여명이 모여 들었다.농성을 하기에는 너무 노쇠해 보이는 이들은 이날도 전날처럼 전경들에 제지당해 이리저리 떼밀리며 이틀째 안쓰러운 농성을 계속했다.

지난 80년부터의 서산 간척사업으로 생업을 잃고 품팔이 등으로 전락한 충남 태안군 안면읍 어민들인 이들은 전날 상오 삼삼오오 상경,빗속시위를 벌였다.

허술한 차림에 전날밤 인근 병원대기실·식당 등 아무데서나 잠을 잔탓에 한결 피로해 보였으나 고함소리는 생경해보이는 붉은머리띠와 「어민들의 생계터전 천수만을 돌려다오」라는 플래카드 만큼이나 강렬하고 절실했다.

서산간척사업은 충남 홍성·태안·서산 3개군에 둘러싸인 천수만 11만1천여㏊의 바다를 광활한 육지로 변모시킨 대역사.

그러나 이 대역사의 뒤안에서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오던 어민들은 뿌리를 잃었다.

생태계 변화로 개펄에 무진장 널려있던 굴·바지락 등이 모두 자취를 감추고 특산품이던 이곳 「광천김」도 사라졌다.

주민들은 몇년걸친 실랑이 끝에 가구당 고작 1천만원도 안되는 돈을 보상금으로 받았다.

생계를 잃은 어민들은 80년대 중반부터 하나 둘 고향을 떴다. 이날 농성주민들이 모두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인 것은 주민이 그들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민 반발이 거세자 정부는 지난해 10월 현대측에 추가보상을 지시했으나 현대는 즉각 반발,「이미 보상은 완결됐다」며 한달뒤 행정소송을 제기 해놓았다.

노인들은 『정부와 현대가 그전처럼 사이가 좋았더라면 아마 단 얼마라도 더 받을 수 있었을텐데 그 놈의 정치라는게 뭔지…』라며 탄식했다.

자식 4명 모두 학업을 중단한채 구멍가게로 연명하고 있다는 한 노인은 『돈 몇푼 보다는 사실 질펀한 개펄위로 해가 떨어지던 모습이 너무나도 그립고 간절하다』며 한숨을 쉬었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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