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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어가도 졸업 어렵다(조기유학 이대로 좋은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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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어가도 졸업 어렵다(조기유학 이대로 좋은가:17)

입력
1992.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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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저수준 사립대 진학/기초지식 뒤져 중도 탈락도/졸업후 장래생각없이 「간판따기」연연 문제한국유학생들은 대학의 수준이야 어떻든 우선 대학에는 다 들어갈 수 있다. 아무리해도 전체 고교졸업생중 27% 가량만이 대학에 들어가는 한국현실을 돌아볼때 유학생이나 부모 모두 조기유학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과 달리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최종목표가 될 수 없는 곳이 미국이다. 그래서 조기유학은 『과연 어떤 정체성을 가진 아이로 성장할 것인가』라는 추상적인 물음에 앞서 『과연 유학생들이 대학을 제대로 졸업할 것인가』『졸업을 못하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구체적인 문제로 직결된다.

뉴욕인근의 모공립고교에서 6년째 교사를 하고 있는 L모씨는 그동안 자신의 학교에서만 40여명의 유학생을 겪었다. 지금은 1명만이 재학중이며,도저히 적응을 못해 한국으로 돌아간 몇명을 빼곤 모두 대학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중 미국 최고의 명문대학에 진학했던 유학생은 단1명. 나머지는 비교적 높은 수준의 주립대학에도 가지 못했다. L씨는 『대부분 뉴욕의 L대학등 학비가 비쌀 뿐,형편없는 사립대학에 다닌다』고 말했다.

L씨는 『한국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대학이라도 갈 수 있었으니 유학은 성공했다고 볼지 모른다. 하지만 시시하다는 L대학에서 미국학생들도 4년만에 15∼20% 정도가 졸업하며 5년만에 졸업하는 비율도 30∼40%밖에 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며 『영어 등 워낙 기초실력이 모자라는 한국학생들이 제대로 따라가 제때 졸업하기란 정말 힘들다』고 지적했다.

L씨는 『명문대에 다니는 1명을 빼곤,나의 기준으로 볼때 유학은 실패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부모들은 웬만큼 아는 사실이지만 미국의 대학은 졸업이 어렵다.

지난해 11월에 나온 미국시사잡지 「유 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의 「미국 최고대학」조사를 보면 우수주립대학의 경우 지원자의 70∼90%를 받아들이나 졸업률이 80%를 넘는 학교가 드물며 20∼40% 수준인 학교가 수두룩하다.

물론 하버드,예일,프린스턴,콜럼비아 등 최고의 사립대학은 지원자중 불과 20∼30%만을 합격시키며 졸업률은 80∼90%가 넘는다. 이는 미국전역에서 모인 우수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다 엄청난 학비탓에 졸업을 서두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명문대에 교포학생들도 상당수 입학하지만 탈락률도 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립명문대를 좋아하는 교포들은 각 대학의 입학기준에 맞춰 아이들에게 각종 과외공부와 활동을 집중적으로 시키는등 철저한 한국식 입시전략으로 합격은 시킨다.

그러나 학생들은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기엔 미국 아이들에 비해 영어와 갖가지 기본지식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곤 좌절한다는 것이다. 교포 교육전문가들은 「명문대학에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속에서 입시위주의 공부를 해온 한국학생들과 자연스럽게 교육과정을 소화하며 폭넓게 공부하는 미국학생들과의 차이가 대학에서 드러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대학수는 4년제만도 3천3백여개. 2년제의 커뮤니티 칼리지(우리의 전문대)등을 합치면 셀 수도 없이 많다.

2년전 국민학교 6학년,4학년된 두 아들을 미국으로 보낸 부산의 사업가 K모씨는 『반에서 40∼50등하는 큰아이는 중학에 가서도 도저히 잘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유학을 시켰다』며 『미국에 가면 어찌해서라도 대학은 나올 것이고 거기서 바보짓한 것 한국에서 누가 알 것인가. 돌아와 내 사업 물려 받으면 된다』고 털어놓았다.

또 3년전 중학생아들을 보낸 P모씨도 『대학 졸업후의 장래는 생각안해봤다. 어떤 대학이든 들어가서 졸업은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들의 기대대로,미국의 좋은 학교는 거의 1백%,아주 시골의 학교라도 50∼60%의 진학률을 보이므로 유학생들이 대학 입학의 두려움은 별로 없다.

뉴욕에서 만난 K모군(18)도 웬만한 수준의 대학 몇개를 들며 『들어갈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LA에서 한때 과외학원을 경영했던 O모씨는 『이름없는 대학이라도 받아준다고 해서 입학했다가 중간에 주저앉는 학생들을 숱하게 봤다』고 개탄했다.

O씨는 그래서 2년제대학에 갔다가 4년제로 옮기는 편이 낫다고 권했다.

교육전문가인 교포 C모씨는 『돈만 내면 졸업장을 주는 대학이 미국에도 없는 것이 아니지만 대체로 미국의 학부에서 졸업은 무척 엄격하다』며 『무턱대고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녀들을 미국에 보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공부를 못해 보통 대학에 가더라도,잘해서 명문대학엘 가더라도 한국학생들에게 졸업의 벽은 너무 높다. 유학은 쉬운 것이 아니다.<뉴욕·la=손태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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