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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동맹을?(정경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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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동맹을?(정경희 칼럼)

입력
1992.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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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부터 여름내내 뼈빠지게 땀흘려 땅을 갈고 가꾸는 수고로움을 생각지 않는다면,가을걷이만큼 큰 즐거움은 없을 것이다. 과정을 빼버리고 결과만을 상상하는 것은 그처럼 즐겁다.만약 지금 당장 통일이 된다면? 그과정은 빼버리고 그 결과만 상상해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우선 인구가 6천4백만명으로 세계에서 열네번째의 큰 나라가 될 것이다. 경제규모는 세계 12위가 아니면 14위 사이가 될 것이다. 무역규모는 10위 아니면 11위로 짐작된다.

이런 계산은 지난 연초 미국 상무부의 통계전문가와 하버드대학교 인구·개발연구소의 연구원이 내놓은 것이다.

미국의 카터 대통령때 안보담당보좌관을 지낸 브레진스키는 극동에서 『앞으로 수년안에 몇몇 지역강대국들이 주도권다툼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 「지역강대국」에는 중국·일본·러시아·인도와 함께 통일한국이 꼽혔다.

그러나 한반도의 재통일 가능성은 극동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거대한 구조변화의 하나일 뿐이다. 그 변화를 겨냥해서 한반도주변 강대국들이 지금 원대한 포석을 펴고 있다.

지난해 4월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이 제주도에 들렀을 때만해도 한국인들은 극동을 무대로 꿈틀대고 있는 지각변동의 조짐을 깨닫지 못했다. 고르바초프가 한국과의 우호조약을 제의하고,한국측이 어물 어물 이 제의에 고개를 끄덕이자 왁자지껄 시비가 일었다. 그만큼 세상 돌아가는데 어두웠다.

그러더니 이번엔 러시아의 루츠코이 부통령이 한술 더떠서 한국을 『앞으로 동맹관계로까지 발전시킬 수 있는 나라』라고 지난 2일 말했다. 「잠재적 동맹국」으로 본다는 얘기다.

또 한편에서 중국의 당 선전부는 북한을 가리켜 「중국의 방패」라 했고,앞으로 일본의 「군사 대국화」는 확실하니 일본의 위협에 대비해서 『주변 여러 나라와 연합해서 싸워야 한다』고 사회과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소는 전망했다.

이러한 거대한 변화는 한마디로 말해서 한반도와 중국이 오랜 잠에서 깨고,러시아 제국주의의 와해가 냉전구조를 해체한 결과로 일어나는 변화다. 그러나 이 지역의 버팀대인 미국은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일본과의 동맹을 주축으로 안정을 유지한다는 정책을 지키고 있다.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일본은 아직도 국제사회의 양식있는 일원으로서,또는 영향력있는 강대국으로 복권할 자격이 없다. 지난날 일본의 한국지배를 인정했던 미국이 비슷한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될 것이다. 새로운 상황속에서 미국은 한반도에 안정적인 친구를 갖는게 중요함을 미구에 깨닫게 될 것이다. 그 깨달음이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란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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