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영토분쟁은 「탈냉전 민족주의」”/미·일관계등 이완따른 새 조류/전후배상 관련 「과잉반응」설도【동경=문창재특파원】 일본이 최근 중국 러시아 등 인접대국과 영토문제에 관한 분쟁에 휘말려든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견해가 대두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일본이 자국영토를 주장하는 이른바 북방4도서와 센카쿠(첨각·중국명 조어대)열도에 관한 분쟁이 거의 동시에 발생한데 대해 일본정부는 『시기적으로 우연할 일치일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2국 관계에 머물러 있던 북방4도 문제에 한국이 끼여들어 모든 인접 중요국들과의 외교문제로 변질하자 「냉전이후 세계질서 재국축 과정의 새로운 조류로 보아야 한다」는 경계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러시아가 한국을 끌어들여 일본에 압력을 가하려는 속셈으로 읽는 견해인 것이다. 또 지금까지 주권다툼 「보류」 정책으로 일관해온 중국이 일방적으로 센카쿠열도를 자기네 영토라고 규정한 것도 우연으로 보아넘기기 어려운 면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두 군도의 영유권 문제가 동시에 재기된 것을 우연이라고 말하지만,내심으로는 일본이 처한 복잡한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그 「사정」이란 종군위안부 문제의 돌출로 비롯된 아시아각국의 대 일본보상 요구 움직임과 미일 관계변화에 관련돼 있다. 급변하는 시대조류를 탄 민족주의 경향의 대두로 보는 것이다.
외무성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지난달 25일 영해법을 개정하면서 센카쿠 열도를 중국영토로 명문화한데 대해 『국내법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일본이 실제로 지배하고 있는 이 섬에 대한 강경파들이 주장을 수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냉전시대에는 강고했던 미일관계에 최근 틈이 벌어진 현상이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일 관계가 불편해진 틈을 타 중국이 쇄기를 박아두려는 속셈이라는 해석이다.
이 문제에 대해 한 국제정치학자는 『유럽에서는 유럽공동체(EC) 전 유럽안보협력회의(CSCE) 같은 질서유지를 위한 국제조직화가 추진되고 있지만 아시아는 아직 공백상태이므로 민족주의가 대두하는 것도 이상할 것 없다』며 「미일관계」 관련설에 동의했다.
북방4도란 일본이 2차대전에 패한 이후 소련이 점령한 구나시리(국후)에 토로후(택착) 시코탄(색단) 하보마이(치무) 4개섬. 소련붕괴이후 이 섬의 일본반환 문제로 러시아와 일본간의 협상이 본궤도에 오르려는 시점에서,한국어선의 4개섬 2백해리 수역내 조업권을 허용해준 것은 러시아가 이 문제에 한국측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협상을 유리하게 하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한편 센카쿠열도 문제도 대만이 관련을 맺고 있어 북방4도 문제만큼이나 복잡하다. 대만은 심정적으로 이 섬의 중국 영유권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차대전 당시 이섬에 통조림 공장을 두었던 일본은 의심할 여지도 없는 고유영토라고 주장한다.
반면 중국은 역사상 중국땅임이 틀림없다고 맞서고 있어 이 섬의 영유권 문제는 현재 「보류」 상태이다. 72년 중일국교 정상화 교섭때 일본을 방문했던 등소평 당시 중국 부총리가 『다음 세대로 영유권 문제논의를 넘기자』고 제안,일본도 암묵적으로 이를 수용했던 것이다.
국교정상화 20주년인 올해 두 나라는 국왕과 공산당 총서기의 상호방문을 계획하고 있으며 대대적인 기념행사도 준비중이다.
다음달로 예정된 강택민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일본방문때는 이 섬의 영유권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일본언론은 전망하고 있다. 해결책이 없는 영토문제는 모처럼의 축제분위기를 해칠것임에 틀림없다.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한국과 대만이 간섭할 일은 아니지만 인접대국과 일본간의 영토분쟁이 동북아시아 정세에 미칠 영향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경제문제와 전후보상문제로 이웃나라들과 사이가 좋지않은 일본이 영토문제와 관련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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