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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운전사의 「폭언」/친정나들이 주부 봉변(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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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운전사의 「폭언」/친정나들이 주부 봉변(등대)

입력
1992.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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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명시 하안동아파트에 사는 오순세씨(30·여)는 지난 3일 상오 충남 공주로 친정나들이를 나섰다.4살,2살짜리 어린 두 딸에 선물 꾸러미도 만만치 않은 짐이었으나 결혼후 처음 친정어머니 생신에 가는 길이라 가슴이 한껏 부풀었다. 구로공단에서 강남고속버스터미널까지는 지하철을 갈아탈 요량으로 오씨는 아파트앞에서 10여명 정도만 탄 한산한 좌석버스에 올랐다.

그러나 오씨의 즐거운 기분은 이 버스운전사로 인해 산산이 깨져버렸다.

딸들을 먼저 버스에 올리고 오씨가 뒤따라 타면서 요금통에 최근 오른요금으로 5백원동전을 넣자 갑자기 선글래스를 한 40대 운전사가 『아이가 둘이니 한사람분 요금을 더 내라』고 소리를 질렀다.

깜짝 놀란 오씨가 『두살 배기는 안고 있을테니 반요금만 더내면 안되겠느냐』고 묻자 이 운전사는 돌연 폭언을 퍼부으며 『돈내기 싫으면 빨리 내리라』고 다그쳤다.

화가나고 무안해진 오씨가 『그러면 내릴테니 낸 요금은 돌려달라』고 당연한 주장을 하자 운전사는 『한번 요금통에 들어간 돈은 다시 돌려줄 수 없으니 정 찾고 싶으면 버스 회사로 찾아오라』고 생떼를 썼다.

운전사는 이어 자리에서 일어나 겁에 질려 울먹이고 서있던 오씨의 두살배기 딸을 들어 차밖 길바닥에 내던지듯 내려다 놓았다.

항의하던 오씨는 순간 아이들이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요금을 포기하고 큰딸을 안아든 채 허겁지겁 차에서 내려 자지러지게 우는 두딸을 달래다 길에서 엉엉 울었다.

결국 오씨는 이날 친정 나들이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큰딸 아롬이는 집에 와서도 『그 아저씨가 집까지 쫓아와 엄마를 혼낼것 같으니 엄마가 가서 잘못했다고 하라』며 무서워 했으며 둘째는 이날밤 내내 잠못자고 경기를 하며 보챘다.

이날 오씨 모녀를 울린 버스는 한성운수소속 26번 서울시내버스였다.<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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