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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경제 어디로 가나/김인준 서울대·국제경제학(목요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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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경제 어디로 가나/김인준 서울대·국제경제학(목요진단)

입력
1992.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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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두달동안 무역적자는 32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현추세로 진행되면 국제수지가 작년에 비해 크게 개선될 것 같지 않다. 1988년 1백41억달러의 국제수지 흑자를 기록한후 반전의 속도가 빨라도 보통 빠른 것이 아니다. 작년의 국제수지 적자가 88억달러에 달하므로 3년사이에 2백29억달러가 악화된 셈이다. 반면에 우리의 경쟁국인 일본과 대만은 작년에도 각각 7백억달러와 1백33억달러의 국제수지 흑자를 누렸다.우리경제는 국제수지 적자뿐만 아니라 물가불안과 성장둔화를 함께 겪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욱 크다. 그렇다면 우리경제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우리 경제정책의 문제점은 없는가?

현재 이와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의 경제정책은 구심점이 없이 표류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국제수지 악화의 원인을 보통 과소비에 돌리고 있지만 이와 같은 과소비도 과연 누가 어떻게 주도하고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없다.

정부는 경제정책의 기조를 물가안정과 제조업경쟁력 강화에 두고있다고 주장한다. 물가안정과 제조업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경제정책이란 제약된 상황하에서의 취사선택이다. 모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경제정책을 선택하는데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하루는 제조업경쟁력을 강조하고 하루는 경제안정을 내세우고 있다.

현 여건에서 경제안정과 제조업경쟁력 강화는 동시에 진행시키기 어려운 정책이다. 제조업 경쟁력 강화는 팽창수요관리 정책을 필요로 하고 경제안정정책은 긴축수요관리 정책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중 어느 하나에 역점을 두어야지 두가지를 한꺼번에 달성할수는 없다.

올해는 선거의 해이다. 국회의원선거,대통령선거가 연이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선 고려해야할 점은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지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특히 제조업경쟁력 강화라는 미명하에 이루어지는 정부의 과소비를 막아야 한다. 그런데 최근들어 경부고속전철에 이어 동서고속전철·서울지하차도의 건설까지 새로운 경제정책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이와같은 정책이 거시경제 전반에 미치는 효과분석은 고사하고 각각의 프로젝트에 대한 편익효과분석(Cost­Benefit Analysis)이나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다. 국민의 과소비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부터 솔선수범해야 하며 경제정책의 선택은 철저한 경제논리에 입각해야 한다. 지금은 철저한 경제안정을 통해 성장의 기반을 다시 닦아야 하며 그 위에 제조업경쟁력을 쌓아가야 한다.

경제정책은 또한 철저한 제도적인 틀을 세우고 그 틀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정책이 즉흥적인 성격을 띠거나 공정성이 결여되어서는 곤란하다. 지금 정부의 산업정책을 보면 과연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중소기업육성을 통한 산업구조 개선은 구호에 그친 느낌이 들고 대기업에 대한 정책도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

오늘날 우리의 재벌은 창업주의 남다른 노력도 있었겠지만 정부의 특혜와 국민의 피와 땀에 의해서 이룩된 것이 사실이다. 소수재벌에 의한 경제력의 집중,문어발식 경영,소유와 경영의 분리문제는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재벌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한 정부의 정책도 제도적으로 이루어져야하며 재벌들간에 공평무사해야 한다. 과거와 같이 마음에 안드는 재벌 한둘을 골라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는 재벌 후려치기(Bashing)를 해서는 곤란하다. 재벌들에 대한 정책도 제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정경유착을 막고 경제의 국제화,자본자유화 등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금융실명제가 단계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아직 일본도 못한 금융실명제를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는 것은 더이상 설득력이 없다. 일본 경제가 계속 뇌물스캔들에 시달리고 있고 일본의 자민당 스스로가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소유와 경영을 분리시키는 제도적인 방법도 적극 강구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갈림길에 놓여있다. 국제경제질서가 새롭게 창조되고 있는 시점이고 또한 국내 경제여건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 우리경제를 선진경제로 체질개선을 할 수 있느냐 여부가 우리의 앞날을 결정할 것이다. 그와같은 노력은 국민,기업,정부가 모두 합심해서 해야한다.

공산주의의 붕괴후 국제관계는 안보·외교중심에서 경제위주로 선회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의 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투자에 전력투구를 해도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쉽지않은 상황이다. 정부의 대우가 부당하다며 재벌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우리 국민들도 개인당 소득 6천달러에 걸맞게 살고 있나 정말 반성할 때이다. 그리고 과거와 같이 열심히 일하는 데에서 보람을 찾고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부자체가 미래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가지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일년이 멀다하고 바뀌는 경제정책 입안자들의 현안에 대한 미봉책으로 정책이 추진되어서는 곤란하다.

일전에 독일의 슈미트 전 총리는 독일 경제성공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 꾸준히 추진해온 물가안정정책이 오늘날의 독일을 가져왔다고 답했다고 한다. 우리도 결코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 경제안정정책을 계속 추진하면서 제도적인 틀을 정비하고 국제환경변화에 대응,우리의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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