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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가르며 형설7년…「변호사꿈」익는다/한국일보배달원 설지환씨(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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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가르며 형설7년…「변호사꿈」익는다/한국일보배달원 설지환씨(탈)

입력
1992.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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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세로 한대법대 입학/고입·대입검정고시로 “약자의 등대될터”대학입학식엔 신입생들이 한껏 멋을 부려 어른티를 내지만 한양대법대에 입학한 한국일보 서초지국 신문배달원 설지환씨(28·사진)는 지난 2일 입학식에 맞춰 스포츠형으로 머리를 짧게 깎았다.

70년 국민학교 입학식이후 22년만이라서 떨리기도 했지만 『마음을 더 다부지게 먹어야 한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이번 입시에서 설씨가 얻은 학력고사 점수는 3백5점정도. 89년입시때 중앙대행정학과에 합격한뒤 방위병으로 입대한 동생의 뒷바라지때문에 진학을 포기했고 91년엔 「최고가 되고싶어 서울대법대의 문을 두드렸다가 고배를 마셨다.

온세상이 단잠에 빠진 새벽 3시에 일어나 신문을 돌리고 학원으로 직행,밤 11시까지 책과 씨름하는 고된 생활을 하면서 설씨는 「보리는 밟을수록 잘 자란다」고 믿었다.

4형제중 장남인 설씨는 국민학교졸업후 병든 어머니(55)와 어려운 집안형편때문에 중학교진학은 꿈도 꾸지 못했다.

『돈만 벌면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생각에서 구두통을 메고 거리에 나섰던 설씨는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친구가 부러워 84년부터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85년 고입,87년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했다.

만학도 설씨의 꿈은 변호사가 되는 것이다. 『모든 사회현상을 정확히 재단할 수 있는 완벽한 법은 없으며 운용에 따라 약자의 등대도 되고 강자의 무기도 된다』는 것이 7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신문을 돌리면서 체득한 법대신입생 설씨의 법철학이다.

신입생등록때 받은 「법학통론」교재를 벌써 2번 통독했다. 1년정도 신문배달을 더 한뒤 고시실에 들어가 고시공부를 할 예정이다.

보급소 최고참인 설씨는 함께 공부한 배달원후배 2명이 건국대축산과,한남대 영문과에 합격,검정고시·대입시를 준비하는 후배 9명에게 큰 격려가 된 것을 기뻐하고 있다.

성실하고 빈틈이 없는 설씨의 삶은 오는 7일 하오 6시50분 교육방송의 교양프로그램인 「나의 미래」를 통해 「25시의 창조자」라는 제목으로 소개된다.<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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