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총선거가 2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 총선거의 최대 이변은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정계도전이요 최대 관심사는 그가 창당한 통일국민당의 의석수가 될 것이다. 국민당이 민자·민주 등 기존 여야당의 대안정당이 될 것인가 아니면 군소정당으로 끝날 것인가,총선결과에 의해 결정될 국민당의 정치적 위상에 따라 한국의 정계판도도 변화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정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변신은 이미 정치적으로 엄청난 변수의 잠재력을 갖고있다. 그의 정계투신은 정치적으로 뿐만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태풍경보. 첫 파문이 한국 제1의 재벌그룹인 현대그룹의 경영난이다.특히 자금난이다. 현대건설·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 등 41개 계열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현대그룹의 외형액은 약 37조원이다. 올해 국가예산 33조5천억원을 훨씬 상회하는 규모다. 수출은 79억달러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수출총액 7백10억달러의 약 11%를 차지한다. 현대그룹은 이제 원하든 원하지않든 어느 한 개인이나 어느한 가문의 그룹이 되기에는 너무나 방대하고 중요하다. 공공성에 있어 「국민기업」이라해도 무리는 아닐성 싶다. 이러한 한국의 「간판 재벌그룹」인 현대그룹이 분신이나 다름없는 창업자인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정당창설로 정치게임의 대선풍에 휘말려 경영의 위기를 맞고있다. 잘못하다가는 국민경제상에 엄청난 피해와 상처를 가져 올 수 있다.
국민의 차원에서 볼때는 해서 안되는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다. 현대그룹의 자금난에 있어 「외압」 문제를 둘러싼 정 국민당대표·현대그룹사장단 대 정부의 공방은 국민을 불쾌하게 한다. 정 대표가 지난 25일 『현대에 압력을 넣는 것은 대한민국 경제에 압력을 넣는 것이다』며 『현대가 부도가 날경우 우리경제의 3분의 1이 연쇄적인 부도사태에 직면할 것이다』고 경고한데 이어 현대그룹사장단은 직·간접금융 등 총 9천여억원의 자금조달이 차단되고 있다고 주장,「금융제재」를 해제해 줄것을 호소했다. 이에대해 재무부 등 관계당국은 『정부가 의도적으로 현대그룹을 제재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이용만 재무부장관은 지난 29일 기자들과 만난자리에서 『자금흐름의 개선차원에서 대기업의 채권발행 등을 일정한 기준아래 조정하고 있으며 현대를 겨냥해 규제하는 일은 일체없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장관은 『현대와 같은 대기업이 부도난다면 큰일 아니냐』며 『현대측이 의도적으로 부도를 낼지 모른다는 설이 있어 재무부도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진원지를 알 수 없는 현대그룹의 「의도적 부도」 설은 이 장관의 발언이전부터 나돌았었다. 또한 정부의 공식해명이야 어떻든 현대그룹에 대해 외압이 있다는 것은 「확증」이 드러나지 않을뿐 금융계·재계에서 인지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5단체장들이 3일 롯데호텔에서 가진 정례모임에서 현대그룹의 자금난과 관련,『부도가 날 경우 국가경제 전체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며 「원만한 해결」을 촉구했다. 현대그룹측으로서도 외압을 받을 구실을 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 회장이 무에서 당을 창설하는 것이므로 지원요청을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국민당 지원을 극소화해야할 것이다. 요즈음 들리는 소문처럼 현대그룹이 「선거에 실패하면 그룹이 붕괴된다』는 위기의식에서 국민당 지원에 「총력체제」로 나선다면 그룹차원에서 그것처럼 큰 오판은 없을 것이다. 현대그룹은 정 회장 말마따나 「한국경제」다.
그러나 현대그룹으로서는 스스로 정경분리의 「게임의 규칙」을 지키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러기 위해서는 정 전 명예회장이 적어도 정치적으로 현대그룹과 단절하는 것이 순리다. 6공도 「외압」을 거둬 들여야 한다. 정 회장과 6공의 「무모한 대결」에 현대그룹이 속죄양이 돼서는 안되겠다. 양측은 현대그룹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는 신사협정,필요하다면 묵계라도 맺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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