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땐 행패… 후보는 속앓이만/대학생·계모임까지 가세선거철마다 등장해 공명선거분위기를 흐리는 「선거꾼」들이 14대 총선을 맞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선거운동을 자청하거나 친지,모임 등을 통해 표를 몰아주는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후보자측에 요구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후보들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까 두려워 정면으로 거부하지 못한채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에는 전문선거꾼외에 계모임등 각종 친목단체모임에서부터 대학생들까지 나서 선거분위기를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말 모당 전북모지구당 사무실에 대학생을 자처한 청년 5명이 찾아와 자신들이 작성한 지역구 유권자명단을 제시하고 『후배등 1백여명을 동원해 체계적으로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해주겠다』고 다시 제의했고 이것도 거부당하자 『당선되나 두고보자』며 1억5천만원을 요구했다.
이들은 지구당 위원장 보좌관 A씨가 『학생들이 선거브로커도 아닌데 그럴 수가 있느냐』고 힐난하자 『5천만원정도는 깎아줄 수 있다』며 협박까지 했다는 것.
모당 서울강동갑지구당에도 지난달 25일께 30대초반의 남자 1명이 찾아와 보좌관 전모씨(32)에게 『1백여명의 청년조직을 갖고 있는데 선거운동을 도와주겠다』며 수천만원을 요구하는등 이지역 각후보자사무실에 협박성 제의가 잇따르고 있다.
대구지역에서는 전문적인 선거꾼들이 10여명씩 떼를 지어 지역구사무실을 돌아다니며 『당신은 당선이 확실하니 우리들에게도 베풀어야 하지 않겠냐』며 노골적으로 1인당 5만∼10만원씩을 요구하고 있다고 후보자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민주당 청주갑지구당 사무실에서는 지난달 29일 하오 9시30분께 변민섭씨(23·무직)등 7명이 지구당 창당대회에서 구호제창과 선전벽보 부착 등을 해주었다며 5백만원을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행패를 부리다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이미 식사비조로 45만원을 뜯어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선거에서는 특히 통일국민당에 선거꾼들이 많이 찾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당 서울 모지구당의 한 관계자는 『표를 몰아주겠다거나 선거운동을 해주겠다며 거액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 골칫거리』라며 『우리당이 돈이 많은 것으로 착각하고 찾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입당원서를 받아 주는 대가로 1장당 2만∼3만원씩을 요구하는등 보다 구체적이고 지능적인 제안도 많다.
서울의 모정당공천자는 『유권자중에서도 입당원서를 제출하면서 돈을 주지 않으면 원서를 다시 가져가려 하는 사람도 있다』며 『심한 경우 입당원서를 10∼20장씩 가져와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대학생들이 『유세장 등에서 열기를 돋워주겠으니 얼마를 주겠느냐』고 흥정해오는 경우도 많다.
모당 서울 강남을지구당에는 『선거운동경험이 있는 대학생인데 아르바이트자리가 있느냐』며 일당 등을 묻는 전화가 하루 평균 20여통씩 걸려와 이를 거절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송용회기자>송용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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