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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서의 고민/“연행해직교사 어찌하나”(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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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서의 고민/“연행해직교사 어찌하나”(등대)

입력
1992.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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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제자들이 우리를 기다린다』3일하오 서울 양천 경찰서 지하식당에서는 전날 서울 여의도의 민자당 당사앞에서 복직과 전교조인정을 요구하며 농성하다 연행된 69명의 전교조소속 해직교사들이 전경들에 의해 출입문을 봉쇄당한채 노래를 부르고 있다.

『난 지금 나가서 시장을 보고 배달도 해야 합니다』

89년7월 1천5백여명의 해직당시 제천농고를 떠나야 했던 김병춘씨(38·윤리)는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1년전부터 부인 박옥희씨(36)와 함께 오징어회 전문식당을 해온 김씨는 일손부족으로 쩔쩔 맬 아내를 걱정하고 있다.

아내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접시꽃 당신」의 시인 도종환씨(39·전청주 중앙중교사)는 『입학식날인 어제 새 학생들을 맞아들여 1년계획을 짰어야 할 우리가 길바닥에 앉아 구호를 외쳐야 하는 현실에 가슴이 터질 것같았다』고 말했다.

도씨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논의하자는게 우리의 바람인데 정부도 여당도 상대를 해주지 않는다』고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이들을 연행하고도 아무런 조사를 하지 못한채 직원식당에서 나가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경찰도 착잡한 표정이긴 마찬가지였다. 경찰은 조사를 하기는 해야겠지만 충돌이 빚어질까봐 못하고 있다며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도록 내버려두고만 있다.

해직교사들이 식당에 들어가 있는 바람에 경찰서 직원들은 식당을 이용하지 못한채 밖에나가 밥을 사먹고 있다. 처음엔 간식만 주었다가 항의를 받고 국없이 밥만주고 또 항의를 받고 제대로 식사를 제공하면서 경찰은 점차 이들이 귀찮아지는 눈치였다.

경찰의 조치는 구속도 훈방도 아니고 연금이나 격리조치라고도 할 수 없는 어정쩡한 것이다. 전교조의 실체를 인정하기도 부정하기도 어려운 당국의 고민이 투영된 모습이었다.<서사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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