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역사 연 6천여명/차 무서운줄 모른다/목숨걸고 무단횡단 예사/택시타려 차도까지/술취해 드러눕기도차가 무서운 줄을 모른다. 해마다 6천명 이상이 무단횡단하다가 차에 치이거나 횡단보도 또는 택시승강장 버스정류장 주변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각종 차량의 신호무시나 난폭운전도 원인이지만 가장 큰 원인은 보행자들의 질서·안전의식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기방어능력이 약한 14세 미만이 보행사망자의 12%(90년 통계)나 된다.
일요일인 1일 하오11시께 서울 미도파백화점 건너편.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저마다 차도로 내려와 우왕좌왕하고 있다.
가까이에 있는 택시승강장은 무용지물이 된지 오래고 교통경관도 어디로 갔는지 인도로 올라서게 하는 계도조치도 전무하다. 손을 꼭 잡고 자녀를 뛰쳐나가지 못하게 단속하는 부모들도 그 자신이 위험하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서울 종로3가 국일관일대 도로도 밤12시가 가까워지면 보도쪽 1∼2개 차선은 완전히 보행자 차지가 돼버린다. 아예 도로 한가운데 주저앉은 사람이 있는가하면 몇명씩 어울려 고함지르고 노래를 부르며 차가 오건말건 비틀거리는 사람도 있다.
강남구 역삼동 목화예식장,강동구 천호동 택사스촌,성북구 돈암동 성신여대,마포구 도화동 서울 가든호텔 일대 등 술집이 밀집된 지역은 예외없이 도로 한가운데서 차와 사람이 뒤엉킨다.
멀쩡한 정신에도 차 사이를 헤집고 무단횡단하거나 경적을 울려도 좀체로 찻길을 비켜주지 않고 오히려 차몰고 다니는 운전자들을 원수처럼 노려보는 사람들도 많다.
경찰청에 의하면 전체 교통사망자중 보행자는 91년의 경우 1만2천8백74명중 6천7백33명(잡정집계)으로 52.3%. 이같은 숫자는 88년 6천41명,89년 6천3백76명,90년 6천4백41명 등 해마다 늘어나는 것으로 매년 50% 미만으로 내려가본적이 없다.
서울지역은 보행중 사망자가 특히 많아 91년의 경우 전체 교통사망자 1천2백96명의 69.5%인 9백1명이나 됐다.
보행자 사망사고의 절반이상은 무단횡단사고. 서울의 경우 91년에 보행중 사망자의 58.3%(5백26명)가 무단횡단하다 숨졌다. 또 보행중 사망자의 30%는 차도와 보도의 구분이 없는 이면도로에서 사고를 당했다.
사고발생시간은 밤8시∼새벽2시가 40% 가량으로 가장 위험하다.
외국의 보행사망자 비율은 미국 14.6%,프랑스 15.1%,독일 21.2%,영국 34.7%,일본 27.1%(이상 88년 통계) 등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목숨을 내놓고 길바닥을 돌아다니는 지를 알수 있다.
안전띠 미착용 단속이 시작된 뒤 운전자 사망이 줄어들고 있는데도 전체 교통사망자가 늘어나는 것도 보행사망자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은 이처럼 보행사망자가 많고 봄 행락철이 다가옴에 따라 3월 한달동안 계도한 뒤 4월부터 무기한으로 보행질서 위반자를 집중단속하고 무단횡단 등에 대한 범칙금인상을 위해 도로교통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는데 보행자 자신들의 조심하지 않는한 단속엔 한계가 있을수밖에 없다.
교통전문가들은 보행자들의 의식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하면서도 도저히 단기간내에 달라질 것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보도와 차도의 경계에 가드레일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통개발연구원 설재훈 교통안전연구실장(37)은 사고다발지점에 가드레일을 설치하면 최소한 20% 이상 보행자 사고를 줄일 수 있고 택시의 무단합승을 막는 부수효과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설 실장은 특히 노선 버스가 다니는 이면도로와 학교부근에는 가드레일을 꼭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전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조치도 병행돼야 한다. 도로교통안전협회 이순철 연구위원(40)은 『운전자는 어떤 돌발사태에도 대처할 책임이 있다』며 일본의 경우 무단횡단사고라 하더라도 운전자에게 더 큰 책임을 지운다고 소개했다.<홍희곤기자>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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